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참가하면서 동남아 순방에서 신남방정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의 근간에는 경제적으로 낙후한 동남아시아 지역을 단순한 소비시장으로만 접근하지 않고 역사발전에서 유사한 경험을 한 국가들끼리 상호 협력과 상생을 도모해 궁극적으로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깔렸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는 지원할 수 있는 건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약속을 한 셈이다.

문 대통령의 신남방정책은 경제협력의 내용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밝히면서 실현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에너지, 대중교통 인프라 구축, 수자원 관리,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 및 IT기술개발처럼 동남아 국가들과 비교해 우리가 상대적 우위에 있는 분야에서 이들 지역의 경제·사회 발전을 위해 실천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런 공언이 결코 빈말이 아닌 이유는 이 분야에서 우리 산업의 기술력은 이미 세계시장에서 통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관련 산업에서 발전기 생산은 창원공단의 두산중공업과 같은 기업의 몫이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지하철은 차량의 제조, 관리, 운영까지 하나의 묶음으로 수출할 수 있다. 동남아 지역 국가들이 처한 당면 과제인 전력, 교통, 통신, 물관리 사업들은 사실상 민간부문인 시장경제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공적인 영역에서 수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비록 서구 선진국 중에서 일부는 민간부문에서 이 사업들을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후발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우리의 경험에서 유추하면 철저하게 공공부문의 몫으로 할 필요가 있다. 바로 우리 사회발전의 경험을 동남아 지역에 제대로 전달하면 이들 지역의 발전과정에서 발생하는 쓸데없는 시간낭비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즉,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대통령의 해외순방 시기만 되면 세일즈외교라는 수식어가 등장하였다. 하지만, 포장은 거창하였지만 알맹이는 부실한 게 실상이었다. 문 대통령이 동남아 지역 방문에서 제시한 신남방정책은 이전 정부와는 궤를 달리한다. 물론 이 지역의 정부들이 재정적 어려움으로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우리는 차관 형태의 공여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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