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파고, 투트랙으로 넘자] (3)독일과 스마트팩토리
산업체 네트워크 '실리콘 색소니' 제조 혁신 주도
선진 자동화 이슈 선점하자 세계적 기업 몰려들어

로봇 하나가 연구실을 분주하게 돌아다닌다. 이 로봇에게 주어진 미션은 '완성된 제품 옮기기'. 프로그래밍한 동선에서 사람과 마주한 로봇은 당황하지 않고 살짝 멈췄다 간다.

과정을 지켜본 지 10여 분.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는데 눈앞에서 제품이 완성돼 상자에 담기는 모습을 보니 스마트팩토리 시대라는 사실이 피부로 와 닿는다.

심지어 센서에 입력 값을 달리해 한 공정 라인에서 여러 가지 제품을 동시에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과 뗄 수 없는 나라가 독일이다. 4차 산업혁명 기초가 된 인더스트리 4.0은 스마트팩토리를 기본 틀로 한다. 현지 목소리를 들어보고자 '독일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드레스덴시를 방문했다.

드레스덴시는 독일 작센주의 주도로 인구 54만 명, 입주 기업 2만 4000여 개의 독일에서 15번째로 큰 도시다. 드레스덴시는 막스프랑크 연구소, 라이프니츠 연구소, 프라운호퍼 연구소 등 10여 개 세계적인 연구소가 밀집하고, 드레스덴 공대를 비롯한 10개 대학이 자리한 첨단 산업 도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독일 역시 큰 기업들은 높은 수준의 스마트팩토리를 만들었지만, 중소기업은 비싼 비용 탓에 도입률이 낮았다.

다만 드레스덴시는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생태계 구조'를 만들어 스마트팩토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었다.

독일 드레스덴 산업체 네트워크 '실리콘 색소니'(Silikon Saxony) 회원들. /실리콘 색소니 매니지먼트

◇인피니온과 자동화 = 드레스덴시는 독일 내에서도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그 중심에는 반도체 회사 인피니온(Infineon)이 있다.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은 10년 전부터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드레스덴 공장 자동화를 추진했다. 현재 자동화 수준은 95%에 달할 정도로 고도화된 스마트팩토리를 보유하고 있다.

드레스덴시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인피니온이 가시적으로 공장 자동화 성과를 보인 시점이 인더스트리 4.0과 4차 산업혁명이 공론화되던 시점과 맞물리면서다.

새로운 개념이 태동할 즈음 수년 전부터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던 인피니온과 여러 기업의 높은 디지털 생산 수준은 4차 산업혁명의 현실 모델로 소개됐다. 드레스덴시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슈를 선점했고, 세계 곳곳에서 4차 산업혁명 관련 연구기관과 기업들이 모이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세계적인 자동차부품 회사 보쉬는 내년 드레스덴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드레스덴시는 공장 설립으로 800여 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걸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 역시 Novalet GmbH에 투자하기로 했다. 세계적인 기업들도 경제 혁신의 거점 드레스덴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95% 자동화를 이룬 인피니온(Infineon) 스마트팩토리 공장. /김해수 기자

◇4차 산업혁명도 '협력' = 인피니온이 드레스덴시를 주목받게 했지만, 세계적 거점으로 지위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대기업, 중소기업, 연구기관 등 산업체 네트워크 역할이 컸다.

한 예로 2011년 반도체, 태양광, 소프트웨어 등 관련 산업체 300여 개가 2011년 제조혁신을 위해 만든 실리콘 색소니(Silikon Saxony)가 있다.

인피니온도 실리콘 색소니 회원사다. 이들 회원사는 경쟁이 아닌 협력 관계에 있다.

실제 인피니온의 스마트팩토리는 실리콘 색소니의 여러 중소기업의 기술력으로 탄생했다. 하나의 큰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각각의 회사들이 성장하고 있다.

드레스덴시 역시 이러한 산업 생태계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드레스덴 공대 IoT(사물인터넷) 테스트베드. /김해수 기자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 드레스덴시 경제지원부국장은 "하나의 기업 혼자서는 변화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에 수많은 기업이 한 분야에서 한 방향을 보고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이상적으로 기업 디지털화(스마트팩토리)가 실행될 수 있도록 생태계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리콘 색소니 관계자는 "회사들은 서로 협력해 새로운 것을 함께 개발하고, 대학, 연구기관과도 협업한다"며 "신속한 협력이 가능하도록 구성된 산업 생태계가 드레스덴시의 강점"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하면 사람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독일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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