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진동 감지돼 놀란 시민 건물 밖으로 대피
김해 경전철 운행 일시 중단…소방본부에 문의 쇄도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경주 지진에 이어 두 번째로 강한 지진이다. 경남 곳곳에서는 놀란 시민이 혼란을 겪었다.

기상청은 15일 오후 2시 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9㎞ 지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이 지진의 깊이를 9㎞로 파악했다. 발생 깊이가 비교적 낮아서 체감이 컸다. 지난해 9월 12일 발생한 규모 5.8 경주 지진은 발생 깊이가 15㎞였다.

이날 앞서 오후 2시 22분에 두 차례(2.2, 2.6) 지진에 이어 5.4 강진이 발생했다. 이후 오후 6시 59분까지 규모 2.0~4.3 여진이 포항 일대에서 26차례 이어졌다.

경북지역 지진 계기 진도 등급은 'Ⅵ'으로 모든 사람이 느끼고, 일부 무거운 가구가 움직이며, 벽체 석회가 떨어지기도 하는 정도다. 또 경남·강원·대구·부산·울산·충북지역은 'Ⅳ' 등급으로 실내에서 많은 사람이 느끼고 일부가 잠에서 깨며, 그릇과 창문 등이 흔들리는 현상이 생겼다.

지진으로 경남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진동이 감지됐다. 놀란 시민은 건물 밖으로 대피하며 가족·친구 등 안부를 묻기 바빴다.

▲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북구의 한 빌라 외벽이 무너져 내려 파편이 뒹굴고 있다. /연합뉴스

창원시청과 경남농협 직원들은 지진 발생 직후 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온 후 건물 바깥에 한동안 머물렀다가 여진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안으로 들어가는 등 사무실마다 놀란 사람들이 대피하기도 했다. 학교에서도 교사와 학생들이 대피하는 등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날 지진이 발생한 포항과 100㎞ 이내에 들어가는 김해·밀양·양산지역 등 105개 학교가 학생을 귀가 조치했다.

지진 여파로 부산과 김해를 오가는 경전철 운행도 일시 중단됐다. 경전철은 이날 지진이 발생한 2시 29분부터 운행을 중단했다가 2시 44분부터 30㎞로 서행하다 이후 3시 42분부터 정상 운행했다. 오후 4시 49분 규모 4.6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30㎞ 이하로 서행했다. 김해시 관계자는 "규모 5 이상 지진에는 즉시 운행을 중단할 것"이라며 계속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날 경남도소방본부와 창원소방본부에는 오후 4시까지 지진 상황을 묻는 전화가 220여 건이나 걸려 왔다. 창원소방본부는 오후 2시 31분께 의창구 팔룡동 사화사거리에서 신호등이 흔들려 등 1개가 전깃줄에 매달려 있는 것을 위험하다고 판단해 즉시 제거했다. 이외 경찰과 소방당국에 특별한 피해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

▲ 한동대학교 건물이 무너지고 균열이 발생하면서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대피해 있다./연합뉴스

마산회원구 석전2동 주택에 사는 이모(73) 씨는 "처음에 잠깐 울렁하는 것 같더니 곧 여닫이 방문이 덜덜 소리날 정도로 심하게 흔들렸다"고 말했다. 송진우(34·창원 진해구) 씨는 "21층에 사는데 재난문자 소리와 함께 자다가 놀라서 깼다"며 "뭐부터 챙겨야 하나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아찔했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한경호 권한대행 주재로 긴급 재난안전대책회의를 열고 대응태세를 점검했다. 도는 규모 5.0 이상 지진 발생 시 비상Ⅰ단계를 발령하고 24명 이상 필수요원이 비상근무를 하도록 한 지진재난 행동매뉴얼에 따라 지진 발생 즉시 재난상황실에서 상황 근무에 들어갔다. 도 관계자는 "규모 5.4 지진으로 건물이 흔들려 불안해하는 도민이 있으나 오후 5시 현재 특별한 피해 상황은 발견하지 못했다"며 여진을 주시하고 있다. 기상청은 이어지는 여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또 지난해 경주 지진과 관련성 여부를 정밀 분석할 방침이다.

포항 지진 피해와 여파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도 일주일 연기됐다. 교육부는 16일 시행할 예정이었던 수능을 일주일 뒤인 23일 시행하기로 했다. 재난·재해로 수능이 연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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