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학생 안전·형평성 고려 23일로"
2018학년도 대입 전형 일정 모두 조정
도교육청, 시험장 예정 학교 오늘 휴업

16일로 잡혔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일주일 연기됐다.

15일 오후 늦게까지 "예비소집까지 마친 상황으로 시험 연기가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힌 교육부는 오후 8시 20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수능시험을 일주일 연기해 23일에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난·재해로 수능이 연기된 것은 1993년 수능 체제가 도입된 이래로 이번이 처음이다.

경남도교육청은 긴급 회의를 열어 수능일이 연기됨에 따라 시험장으로 잡혔던 도내 101개 학교를 포함해 휴업을 예고한 학교는 그대로 16일 휴업하기로 결정했다. 급식 차질 등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정상 운영을 하기로 했던 학교는 그대로 등교한다. 애초 16일 오전 10시로 조정됐던 교직원 출근시간도 유지된다.

15일 오후 2시 29분께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점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 어린이집 외벽이 무너져 차량이 파손됐다. /연합뉴스

◇23일로 수능 연기 =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해 상당한 피해가 보고됐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여진이 발생해 많은 시민이 귀가하지 못하고 포항지역 14개 학교 전수 점검 결과 다수 시험장 균열이 발생했다"며 "학생 안전, 형평성과 공정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연기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9월에 발생한 경주 강진 때 지진 발생 후에 46회 여진이 발생한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2018학년도 대입 전형 일정 전체가 조정된다. 건물 안전 문제나 자신의 시험장을 아는 수험생들이 부정행위를 시도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시험장이 바뀔 수도 있다. 또 수능 채점에 20일가량 걸리기 때문에 12월 6일로 예정됐던 성적통지일도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

교육부는 수능 연기에 따른 종합적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시험장 학교 안전점검을 벌여 대체시험장 확보와 학생 이동계획을 세울 방침이다.

수험생과 수험생 가족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안도하는 분위기다. 김해시 장유동에 사는 박재완(41) 씨는 "조카 두 명이 수험생인데 지진 충격과 여파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우려했는데 수험생을 위해서도 잘한 조치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조카들은 컨디션 조절을 우려하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밀양·양산 학교 귀가 조처 = 포항에서 강진이 발생한 15일 오후 경남지역 학교 현장 역시 큰 혼란을 겪었고 도내 105개 학교는 학생을 조기 귀가 조치했다.

이날 오후 수업 중 컴퓨터, 책상, 의자가 흔들리는 등 진동이 감지되자 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책상 밑으로 몸을 숨겼다. 창원초등학교 송은유(3학년) 학생은 "선생님 지시에 신발을 신을 겨를도 없이 운동장으로 뛰어나왔다. 무서움을 느껴 우는 아이들이 많아 혼란스러웠다"고 당시 상황을 말했다.

학교 측은 "대피안내 방송에 따라 운동장으로 아이들을 모두 대피시켰습니다", "운동장으로 대피 후 여진이 없음에 따라 안전 점검 후 정상수업 진행입니다" 두 건의 안심 문자를 학부모에게 발송했다.

도교육청은 진앙 반경 100㎞ 이내 김해·양산·밀양지역 학교는 교육활동 중지, 대피, 보호자 연락 후 귀가 조처, 임시 휴업 조치 등을 지시했다. 지진 당시 학교 일과를 대부분 마친 초등학교는 방과 후 학교와 돌봄 교실 학부모와 연락 후 조치, 중학교는 학교장 판단에 따라 귀가 조치했다. 고등학교는 수능 전날이라 대부분 오전 단축수업을 해 지진 발생 시각 학교에 남은 학생이 거의 없었다.

이날(오후 5시 현재) 창원시 2개(중학교), 김해시 50개(초교 30·중학교 19·고교 1), 밀양 18개(초교 14·중학교 4), 양산 35개(초교 22·중학교 13) 등 105개 학교가 학생을 귀가 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설 피해 현황은 집계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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