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원이면 학생들 한끼 걱정 끝

독립을 꿈꾸는 나이 20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거나 직장을 구해 집을 떠나는 시기다. 자취나 하숙을 하면서 자유로운 생활을 만끽하는 것도 잠시,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을 실감할 때가 많다. 그중 가장 심한 고생은 먹을 걸 제대로 못 먹는다는 서러움이다. 집에서 먹는 밥이 그리울 때 이곳에 가보라.

   
 
 
마산 월영동 경남대학교 옆, 교문을 바라보고 왼쪽 골목을 쭉 따라 올라 가다보면 막다른 골목 끝에 <고향집>이 있다. 정원이 있는 2층집은 음식점이라기보다 일반 가정집 같다. 정원을 지나 집안을 기웃거리면 거실과 안방에 놓인 테이블이 식당임을 알게 한다. 8년여 전부터 이곳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1층은 식당 2층엔 하숙을 치고 있다.

하숙집 아줌마이자 식당 주인 배경자(59)씨는 두 딸과 같이 식당을 운영한다. ‘화려한 싱글’큰 딸과 출가한 둘째 딸이 엄마를 돕고 있다. 따로 종업원을 두지 않으니 인건비도 줄이고, 늘 같이 생활하다 보니 친구처럼 잘 지내 좋단다.

이곳에서는 메뉴를 선택하느라 고민할 필요가 없다. 메뉴는 단 하나, 정식밖에 없다. 하숙생들이 먹는 일반 가정음식을 그대로 내놓는다. 한여름엔 특별 메뉴로 삼계탕을 하지는 하지만.

콩자반.깻잎무침.멸치볶음.김치.상추와 맛된장.부침개 등 각종 밑반찬에 잡곡이 섞인 밥, 애호박과 해물로 푸짐한 된장찌개가 차려진 밥상이 푸짐하다.

이렇게 차려진 한 상이 2500원. 물론 학생들에 한해서다. ‘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노’라는 인심 좋은 하숙집 아줌마가 처음 장사 시작할 때 그 가격을 고수하고 있다.

단골 손님 중에는 학생뿐 아니라 대학교수나 일반인들도 꽤 있는데, 이들에게는 국이나 밑반찬을 더 내놓고 ‘웃돈’을 얹어 4000원을 받는다. 거기다 밥 먹고 나면 금방 뽑아내 향기가 좋은 원두커피 한잔까지 곁들여준다. 물론 학생들도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다만 셀프라는 게 차이라면 차이.

정식 식단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건 국거리다. 그때그때 밑반찬을 만들 듯, 국거리도 집에서 흔히 먹는 콩나물국.미역국 등 간단한 것부터 가끔 해물탕.닭도리탕 등 특별식을 내놓기도 한다. 그래도 학생들은 국보다는 푸짐한 찌개류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혼자 밥 먹으러 오는 경우가 드물고, 서넛이 짝을 찌어 오기 때문에 얼큰하고 푸짐한 찌개를 내놓으면 같이 숟가락 푹푹 담아 퍼먹는 게 제 맛이라는 설명.

식단에서 빠지지 않고 내놓게 있는데 생김치와 전이다. 젊은 사람들의 취향에 맞춰 늘 새로 담가 숨이 살아있는 생김치, 식단이 다 차려지기 전에 잠시 허기진 배를 달래주는‘에피타이저(전)’, 생각만 해도‘학창시절’로 돌아가고싶다. (055)245-5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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