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대놓고 특정 대기업을 칭찬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하지만, 최근 두산중공업 행보는 충분히 칭찬할 만하다.

그 근거는 기존 주력 사업이던 핵(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이 새 정부 들어 상당히 위축된 상황에서 친환경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조용히 확장하기 때문이다. 이는 탈핵과 미세먼지 감소라는 현재 시대 과제·정신과도 맞다.

보통 두산중공업은 국내 유일 원전 주기기 공급업체이자 석탄화력발전소에 쓰이는 보일러, 증기 터빈 전문 생산·설치업체로만 알려졌다. 하지만, 이 회사는 현 정부가 확대하려는 친환경에너지 분야도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두산중공업은 정부가 그 비중을 늘리려는 천연가스(NG)를 주 연료로 하는 가스화력·복합화력·열병합 발전소 건설(EPC)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 세 가지 발전소의 핵심 기자재인 '가스터빈' 원천기술이 없는 게 늘 아쉬웠다. 1400도 이상 초고온과 초고압에서 터빈이 돌아가는 만큼 소재와 표면처리 등에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미쓰비시중공업·GE 등 세계 4대 메이저사들만 원천 기술이 있다. 이 회사는 올해 추가로 3257억 원을 들여 원천기술 국산화에 나섰고, 최근 문의 결과 예정대로 2019년 9월까지 상용화할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가스터빈 국산화가 이뤄지면 영업이익 확대와 더 많은 국외 가스 발전시장 진출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풍력발전이라는 새 먹을거리도 준비 중이다. 올 6월 정부가 밝힌 2030년까지 신규 풍력발전 설치 계획은 해상 13GW(1GW=1031.4㎿), 육상 3GW 등 모두 16GW 규모다. 지난 18년간 국내 풍력발전설비용량이 1GW임을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다. 국내 업체 중 3㎿ 이상 해상풍력 시공과 실증 실적을 모두 갖췄고, 국제 인증을 보유한 회사는 두산중공업이 유일하다. 지난해 국내 신규 공급 풍력시장에서 점유율 1위(38.8%)를 기록했다. 올 5월 현대일렉트릭으로부터 5.5㎿ 해상풍력발전 시제품과 설계자료, 지식재산권 모두를 인수해 대용량 해상풍력발전 시장 선점도 노리고 있다. 이 기종은 내년 12월 최종 인증을 받아 2019년부터 상용화할 계획이다.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이 10조 원을 투자해 2.5G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를 만드는 것임을 고려하면 2030년까지 52조 원(13GW) 이상의 신규 풍력시장이 열린 셈이다. 두산중공업은 이 시장에서 국외 업체와 경쟁해 시장 선점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실제 서남해 해상풍력 사업 중 '시범(400㎿) 사업'에 3㎿급 풍력발전기 WindDS3000 20기를 공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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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ESS) 수주도 확대하고 있다.

기자는 한 기업이 시대정신에 맞춰 악전고투하며 신사업을 준비해 기존 사업 축소를 만회하고 전체 사업 규모를 줄이지 않으려고 이렇게 노력하는 예를 최소한 경남에서는 거의 보지 못했다. 이 정도면 경남도민이 대놓고 응원할 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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