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방분권형 개헌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또한, 대통령은 말뿐인 지방자치가 아니라 지자체가 실질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예산배분에 대해서도 여러 번 언급하였다.

중앙정부의 최고책임자가 지방분권과 자치의 필요성에 대해서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지자체에서는 이런 행보에 발조차 못 맞추고 있다. 즉, 일선 지자체에선 시대의 흐름과 변화의 기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견강부회하는 해석만 하거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행안부는 이미 7년 전부터 주민참여예산제를 시행하는 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계도하고 있지만 경남의 18개 기초지자체 중에서 12개 지자체는 설치조차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일선 공무원들은 주민참여예산제라는 사업배치도 하지 않았으면서 주민숙원사업들을 처리하고 있으니 주민참여예산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희한한 주장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

이 시점에 우리는 주민참여예산제라는 제도를 시행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부터 따져보아야 한다. 강력한 권한과 예산편성권을 가진 중앙정부의 존재는 지방분권을 가로막는 강력한 장애물이다. 또한, 중앙정부는 일선 지자체의 사업집행이나 기획능력에 의문을 표하고 있으며 지방 사업에 대한 결정권을 사실상 행사하고 있다. 정부부처의 이런 태도는 민선 지자체장들의 과도한 전시와 선심행정으로 인해 더욱 강화됐을 뿐이다.

중앙정부의 이런 선입견과 편견을 틀렸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왜냐면, 부정부패와 재정파탄이라는 추문과 사건으로 얼룩진 지자체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방세수 형편이 나은 소수의 지자체에서만 중앙정부의 의지에 반하는 정책을 펴면서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촉구하는 일에 적극적인 게 현실이다.

지자체가 예산편성의 근거를 정당화하려면 주민참여예산제를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예산이 무엇인지부터 공론화하지도 못하는 지자체가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마저 든다. 중앙정부의 보조금만 바라보는 구태의연과는 이젠 이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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