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집 고기·양파·버섯·김치
돌판 위에서 노릇노릇 조화
잡내 잡는 '화려한' 플람베
기름기 쏙 빼는 순두부찌개
날치알 볶음밥까지 '풍성'

벌써 군침이 돈다. 기다릴수록 초조해진다. 커다란 돌판에 올려진 삼겹살이 색을 갈아입고 노릇해지기를, 눈을 뗄 수 없다.

창원 '돌판'은 진해구 주택가에 자리 잡은 고깃집이다.

최현재(40) 씨가 2015년 5월 문을 열었다. 번화가와 10분 정도 떨어진 곳이라 개업 초에는 손님이 뜸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한 번 찾아온 손님이 가족과 친구를 데리고 오면서 입소문을 탔다. 지금은 단골로 꾸려나가는 고깃집이다.

주 메뉴는 삼겹살이다. 목살, 가브리살, 항정살도 있지만 주인장은 삼겹살 먼저 맛보라고 추천한다.

"삼겹살 2인분이죠? 잠시만요."

최 씨가 테이블 반 이상을 차지한 돌판에 간장을 올리고 마늘장, 마늘, 막장을 놓는다.

약간 기울어진 가로 45㎝, 세로 60㎝인 돌판에 김치와 콩나물무침이 올려진다. 이어 양파와 버섯이 놓인다. 그다음이 삼겹살이다. 칼집이 촘촘히 나있다.

손님이 할 수 있는 건 돌판을 바라보며 애피타이저를 먹는 것뿐. 주인장이 고기를 일일이 구워준다.

최 씨가 직접 만든 스파게티는 입맛을 돋운다. 토마토소스와 치즈가 적절히 어우러져 자극적이지 않다. 배고파 하는 손님을 위해 우연히 내놓은 게 돌판만의 식전 메뉴가 됐다.

그는 창원에서 15년 넘게 요리를 했다. 뷔페 요리사로 일했다. 월급쟁이가 아니라 자신만의 가게를 꿈꿨다. 돌판은 술집에 이어 그가 두 번째로 도전한 것이다.

돌판 위에 차려진 삼겹살과 순두부찌개.

"무침류 양념을 직접 다 만들죠. 이 순두부찌개는 요리를 배울 때 사수의 비법을 전수한 겁니다. 소기름을 빼서 양념을 섞고 새우젓과 고춧가루로 맛을 냅니다."

순두부찌개는 아주 작은 뚝배기에 나와 돌판 위에 올려졌다. 발간 양념과 부들부들한 두부는 얼큰하고 고소하다. 오만둥이가 깔끔한 국물 맛까지 내준다. 그 사이 돌판은 지글지글 열이 올랐다.

"잠시 뒤로 물러나세요."

최 씨가 고기에 불을 붙인다. 알코올을 이용해 음식에 불을 붙이는 플람베를 선보였다. 고기 잡내를 없애는데 그만이란다. 손님은 보는 재미까지 있다. 삼겹살을 한 점 집어 마늘장에 콕 찍었다. 입안에서 축제가 벌어진다. 잘게 다진 마늘과 간장, 설탕으로 맛을 낸 양념장은 기름장보다 고기맛을 배로 올려준다. 칼집을 낸 고기는 겉면이 자유자재로 벌어져 씹는 맛을 살렸다. 고기 몇 점을 집어 먹다 젓가락을 내리고 숟가락을 들었다. 순두부찌개를 크게 한 입 먹었다. 자칫 느끼할 수 있는 고기 기름기가 싹 내려가는 기분이다. 삼겹살과 순두부찌개의 조화는 기대 이상이다. 그래서 순두부찌개 추가 메뉴가 따로 있을 정도로 손님에게 인기가 많다.

고기와 순두부찌개 맛에 취해 있을 때 여기저기서 볶음밥을 주문하는 소리가 들린다.

"밥 하나 볶아 주세요."

마가린이 쓱 지나간 자리에 밥과 김치, 양파, 깻잎, 김 가루, 반숙으로 완성한 계란프라이가 한데 볶아진다. 주인장은 넓은 주걱을 양손으로 잡고 밥알을 뭉쳤다 풀기를 반복한다. '타닥' 주걱이 돌판 위를 내리치는 소리가 경쾌하다. 마무리는 날치알이다. 볶음밥 위에 소복하게 올려졌다. 고소한 볶음밥 속에서 날치알이 톡톡 터진다.

주인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일이 시간과 음식을 봐가며 요리해주는 돌판은 30~40대가 많이 찾는다. 주로 직장인이나 군인이다. 이들이 주말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온다고.

최 씨는 쉬는 날 없이 이들을 맞고 있다.

"휴일은 없습니다. 다만 갑자기 사정이 생겨 문을 열지 못할 때는 손님에게 문자를 보내 양해를 구해요. 대부분 단골이라 손님 연락처를 알고 있거든요. 종일 음식 준비하고 장사하는 게 힘들지만 '맛있다'라고 진심으로 인사하는 손님을 보면 행복하고 뿌듯합니다. 앞으로 목표요? 여력이 되면 조금 더 큰 가게로 옮기고 싶어요. 진해는 못 떠나죠. 이들 덕분에 장사하는데요." 

123.jpg

<메뉴 및 위치> 

◇메뉴 △삼겹살(120g, 8000원) △목살(120g, 8000원) △볶음밥 2000원 △순두부 추가 2000원

◇위치: 창원시 진해구 동진로 80(석동 81-6)

◇전화: 010-8824-4890(오후 5~10시)

경남도민일보 '경남맛집'은 취재 시 음식값을 모두 지불합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