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하고 싶다
저녁 연기
자욱한 먼 마을
고은(高銀) 시인의 미려한 축약 시 〈저녁 무렵〉입니다. 더러 어디 푹 빠지듯 사향(思鄕) 심사가 짙어질 때마다 '초딩' 시절 콩대를 뽑던 논두렁에서 바라보던 우리집 저녁 연기가 이 망팔(望八) 나이에도 어제인 듯 선연히 떠오릅니다.
그 '논두렁' 자석에(?) 끌려오듯 〈논두렁을 걸어가다 보면〉이란 성기각 시인의 시가 좋아진 것도 '논두렁 바늘에 실 가듯'해서입니다. 몇 구절 인용입니다. '논두렁을 걸어가다 보면/ 팔 문 삼 타이어표 검정 고무신이/ 땀에 절은 팔월 맨발로 자꾸 미끄러지고/ 고들빼기 꽃대 밀어 올리는 알싸한 풍경을 만난다/ …(중략)…/ 논두렁을 걸어가다 보면/ 깜장 치마 나풀대던/ 1학년 2반 곽꼭지를 만난다'! 창작동요 당선작 〈노을〉의 '저녁 연기'도 눈에 모락거립니다.
'절하고 싶은' 우리 논두렁
그 '먼 마을' 우리 향수
'논두렁 시계'로 망쳐 놓은
'나쁜 빨대' 세상 어지럽네
〈국〉으로
〈정〉신 차린 자세로
〈원〉위치 될 날은 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