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풀무치 소리와 상식에 어긋난 질문
적폐청산을 보복·안보위협이라는 그들
2017정치페스티벌을 주목해야 할 이유

"단풍! 좋지만//내 몸의 잎사귀/귀때기 얇아지는/11월은 불안하다//어디서//죽은 풀무치 소리를 내면서/프로판가스가 자꾸만 새고 있을 11월"(서정춘, <11월> 전문)

어쩌면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 시를 읽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MB, 당신이 갈 곳은 박근혜 옆"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지난 12일 오후 바레인으로 출국하기 전 MB는 "한 국가를 파괴하는 건 쉽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을 향한 경고다. 화살의 방향만 바꾼다면 맞는 말이다. 그가 그것을 그 누구보다 확실하게 입증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내 몸의 잎사귀/귀때기 얇아지는' 11월, 백번을 양보해도 참 웃기는 '입'이다. 비단 MB의 입만 그렇겠는가. 이 나라 권력의 정점에 있는 자들과 그 주변을 기생하고 살았던 입들을 보면 참 가관이다. "앞으로 그냥 지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참고 또 참았지만, 이제는 그 한계를 넘어섰다"고 말할 수 있는 이들의 입은 神(신)이 내린 입일까.

지난 12일 MB가 바레인 출국에 앞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정치보복이자 감정풀이"라고 작심한 듯 비난한 것은 검찰 수사망이 자신을 향해 좁혀 오는 현실에 다급해진 불안과 무관치 않다. "국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과 관련 구속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하거나 보고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상식에 벗어난 질문을 하지 말라. 상식에 안 맞는다"고 불쾌한 표정으로 답한 것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한다. 도대체 상식이 뭔지나 알기나 하는 것일까. MB의 이런 주장은 현 정부의 '적폐청산이 정치 보복'이라는 홍준표가 이끄는 자유한국당 등 보수진영의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이날 이동관 전 홍보수석은 "대한민국 국격과 품위를 지켰으면 좋겠다"며 "잘못된 게 있다면 메스로 종양을 도려내면 되는 거지 전체를, 손발을 자르겠다고 도끼를 들고 하겠다는 것은 국가안보 전체의 위태로움을 가져오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의 국격과 품위를 떨어뜨린 입들이 대한민국의 국격과 품위를 촛불로 지켜낸 국민에게 하는 말로서는 상식에 어긋나도 한참 어긋난다. 오로지 국민 위에서 군림했던 오만방자한 입들의 방식이다. 이건 뭐, 죽은 풀무치 소리보다 못한 말뿐이질 않은가.

지난 11일 광화문광장에서 시작된 '민주주의 UP! 2017 정치페스티벌'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이 때문이다. 흔히들 11월 11일 하면 초콜릿이나 주고받는 '빼빼로 데이'를 떠올리지만, 국내 최초로 열린 정치페스티벌. 어쩌면 이 나라 정치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는 중인지 모른다. 시민단체, 정당들이 좌판을 깔고 '정치를 가운데에 둔 잔치'. 혹자들은 '도대체 정치가 뭐가 좋아서 난리를 피우나?' 하고 목을 외로 꼴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이 나라 국민이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제대로 공부하게 된 것은 지난해 이맘때부터다. 아이러니하게도 박근혜, 최순실 같은 분(?)들 덕분이다. 국민 스스로 관심을 갖지 않으면 정치가 얼마나 엉망이 될 수 있는지, 특권과 반칙, 부패가 판을 칠 수 있는지를 온몸으로 체험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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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촛불 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정치는 다시 뒷걸음치고 있다. 바른정당 국회의원 9명이 탈당해서 자유한국당으로 입당하는 등등의 어처구니없는 사실들이 그것을 입증한다. 국민이 바라는 개혁입법들도 국회에서는 통과될 가능성은 없어 보이고 선거제도 개혁, 개헌도 국회에만 맡겨놔서는 아무 성과가 없을 것이란 게 상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열린 '정치페스티벌'의 의미는 소중하다. 국회의원 소환제 도입, 국민발안제와 같은 직접민주주의 요구, 11월 11일 시작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국회 특수활동비 횡령 건에 대한 고발서명과 같은 캠페인으로부터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완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촛불의 힘을 다시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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