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마산합포구 가로수 가지치기 논란…구청 '상가 민원·생육' 해명

최근 창원시 마산합포구 지역 은행나무 가로수가 노란 빛깔로 물들기 전에 싹둑 가지치기를 당했다.

마산합포구청에서 최근 가지치기를 하던 이 기간, 창원시는 의창구 일대에서 창원 단풍거리축전을 했다. 한쪽에서 단풍이 물든 거리를 홍보하고 즐길 때 다른 데서는 가지를 잘라내 앙상한 나무만을 남긴 것이다.

주민들은 도로변 가로수가 앙상하게 굵은 가지만 남은 것을 두고 마산합포구청에 이유를 묻는 등 민원을 이어가고 있다. 마산합포구 지역 도로변 대부분 은행나무는 풍성한 단풍을 채 피우지 못했다.

마산합포구청과 창원시청은 은행나무 가지치기에 대해 각종 민원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가로수를 관리하는 마산합포구청 수산산림과 공원녹지 담당 관계자는 은행나무가 상가 간판을 가려 상업권을 방해한다는 민원과 안전상 민원에 대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10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문화동주민센터 입구 도로에서 진행 중인 은행나무 가지치기 작업. /김구연 기자

이 관계자는 "은행 열매에 따른 다양한 민원이 있다. 은행 열매가 떨어져 바닥이 미끄러워지는가 하면, 열매가 배수구를 막아 배수가 제대로 안 되기도 한다. 또 가로수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나가다 보면 가정집이나 상권 간판을 가려 피해를 주기도 해 주기적으로 가지치기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은행잎이 떨어지고 나서 가지치기를 해도 될 것을 왜 지금 진행한 것일까? 공무원은 추가경정예산 확보로 시기를 조절했고, 은행나무 생육 환경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마산회원구 은행나무 가지치기 작업도 진행될 계획이다.

창원시 산림녹지과 관계자는 "가지치기 예산을 추경을 통해 확보해 단풍이 물드는 이 시기에 하게 됐다. 5월에서 9월은 생육환경이 좋은 시기라 가지치기 공사 발주를 잘 진행하지 않는다"면서 "11월은 가지치기를 하는 적기다. 단풍이 진 뒤 탄력적으로 하기에는 행정상 어려움이 뒤따르고, 월동기에 접어들어 작업을 하면 안전상 문제나 가로수 생육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또 탄력적으로 할 수 없었냐는 질문에는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행정적 어려움이 있다"고 답변했다.

작업 후 앙상한 모습의 은행나무./김구연 기자

그러나 시민은 은행나무 가지치기가 지금 와서 이뤄진 데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밝히고 있다. 마산합포구에 사는 한소영(28) 씨는 "은행열매 악취가 나기 전에 나뭇가지를 잘라냈다면 이해라도 하겠다. 출·퇴근길 열매 피해가면서 걸었더니 화사한 단풍 구경도 못하고 앙상한 가지만 보고 있다"며 씁쓸해했다.

조경 전문가도 창원시가 은행나무 생육 환경을 고려해 이 시기에 가지치기를 했다는 해명을 비판했다. 박정기 씨는 "은행나무는 노랗게 물든 모습을 보려고 심는건데 단풍도 물 들기 전에 가지치기를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면서 "낙엽수인 은행나무 가지치기는 낙엽이 진 뒤나 신엽(새잎)이 생기기 전에 하는 것이 적정하다. 그때가 가지를 얼마나 쳐내야 하는지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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