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기 도의원 행감 자료 공개…통영·함안·합천 '0원'
도 전체 예산 중 0.35% 불과 …"제도 의무화 7년째 한계"

지방자치의 꽃으로 여겨지는 주민참여예산제도가 경남에서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도의회 천영기(자유한국당·통영2) 의원이 도청으로부터 받은 행정사무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통영시와 양산시, 함안군, 합천군은 주민참여예산으로 사업과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양산시는 올해 6개 사업에 36억 5800만 원을 편성했으나 나머지 지자체는 여전히 주민참여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반면 지난해 창원시는 181개 사업 334억 6000만 원, 사천시는 22개 사업 200억 5900만 원, 거창군은 176개 사업 151억 8600만 원을 책정해 대조를 이뤘다.

시·군은 매년 주민참여예산제 설명회를 열어 재정 상황과 예산편성 방향, 주민 제안 사업 절차 등을 설명한다.

이후 주민이 제안한 사업 중 실현가능성과 우선순위 등을 따져 예산을 편성한다. 시·군은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주민참여예산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주민 참여도와 사업 반영 정도는 지자체별로 큰 차이를 보인 셈이다.

경남은 더구나 도청과 18개 시·군 중 12개 기초자치단체가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은 사실이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김영진(더불어민주당·경기 수원시 병)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주민참여예산 운영 현황' 자료를 보면 경남은 진주·통영·김해·밀양·양산시, 의령·함안·창녕·고성·산청·거창·합천군 등 12개 시·군이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았다. 이는 서울, 부산, 대구, 충남, 전남·북 지역이 광역과 기초자치단체 모두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구성한 점과 비교됐다.

경남도와 시·군의 전체 예산 중 주민참여예산 비율도 지난 2015년 18조 8979억 원 중 6557억 원으로 0.35%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도 18조 9993억 원 중 7042억 원으로 0.37%에 그쳤다.

대구시(0.11%), 대전시(0.12%) 등에 비해서는 높지만 울산시(3.04%), 충남도(1.85%)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천 의원은 이런 점을 두고 "주민참여예산제가 의무화된 지 7년째이지만 제도가 형식화하는 등 한계를 드러내고 활성화 수준도 천차만별"이라면서 "주민 참여는 지역 문제를 주민 스스로 결정한다는 점에서 지방자치 본래 취지를 실현하는 주요 수단인 만큼 시·군별 주민참여예산제가 활성화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영진 의원도 국정감사 자리에서 당시 "주민참여예산제도에 대한 자치단체장의 소극적인 태도가 주민의 예산 참여를 가로막고 있다"며 "행안부는 주민참여예산에 강력한 의지를 갖추고 주민참여예산 확대 정책을 펼 것"을 주문했다.

경남도도 이 같은 문제 인식에 궤를 같이하고 있다.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은 지난 2일 도청 서부청사에서 부시장·부군수 회의를 열고 지방자치 주체로서 주민 위상을 강화하는 주민참여 활성화 지원 방향을 논의했다.

한 대행은 그 자리서 추진 과제로 주민자치위원과 공무원의 자치역량을 높이고, 확대간부회의 때 도민참관단 운영·주민참여예산제 시행 촉진·우수사례 경진대회 등 주민 참여기회를 늘릴 것을 부시장·부군수들에게 주문했다.

한 대행은 "경남도가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에 선도적으로 나아가고, 지방분권개헌의 도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일선 읍·면·동 주민자치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자치센터 설치와 주민자치위원회 구성, 주민참여예산제 시행 촉진에 시·군에서 적극 관심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도내 기초지자체 생각은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올해 처음 주민참여예산을 편성한 양산시는 지난해에도 주민 건의 등 주민참여성 예산이 있었다는 견해다. 이는 함안군도 마찬가지다. "주민참여예산제도라는 항목만 적용하지 않았을 뿐, 기존 읍면에 편성되는 주민숙원사업 등이 사실상 주민참여에 따른 예산"이라는 것이다.

위원회 미구성 문제에도 양산시는 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할 만한 사항의 업무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함안군은 지방재정 전문가를 포함한 군 또는 읍면위원회 구성 등 절차에 대한 실무적인 어려움이 따른다고 해명하는 등 주민참여예산을 바라보는 지자체 시각은 많은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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