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학생이 생각하고 질문하는 장소 만들어야"

4차 산업혁명시대를 강조하며 교육의 변화를 요구하지만 교육 환경은 뒷받침되고 있을까? 여전히 학교는 강의식 수업에 맞춘 칠판과 책상 구조에서 학생에게 창의성, 자발성을 강요하고 있다. 교육환경을 조성하는데 가장 기반이 되는 학교 건축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토론회가 열렸다.

(사)미래교육환경학회와 경남교육연구정보원이 13일 '4차 산업혁명시대와 교육환경'이라는 주제로 추계학술대회를 공동 개최했다. "교실 크기가 모둠 활동을 수행하기 좁다, 교실 내 콘센트 수가 부족하다, 교실 간 연계수업과 통합 수업을 할 수 있는 공간 설계가 필요하다, 기기 보관함은 발로 차면 열릴 정도로 부실하다."

교실 공간에 대한 학교 현장의 목소리다. 4차 산업혁명시대 요구되는 인재상은 나열되지만 정작 생활공간으로서 학교는 담과 벽으로 지역과 단절돼 갇혀 있다. 구도 가즈미 일본 도요대 건축학과 교수와 최연진 사천 용남중 교사, 김현주 디앤비건축사무소 본부장이 발제와 토론에 나서 학교 건축의 문제점을 짚고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학교를 만들자'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하카타초교를 비롯해 20개 학교를 설계한 가즈미 교수는 "설계를 할수록 아무것도 만들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초·중학생은 놔두면 뭔가 만드는 데 천재적인 소질이 있다"며 "학교를 만드는 게 아니라 학생이 생각하고 질문하는 장소를 만든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교무실 리모델링과 새로운 형태 학교 건축으로 폐교 위기를 극복한 용남중학교 사례도 소개됐다. 지난 2010년 용남중은 학생 수(120여 명)가 1980년대와 비교해 10분의 1로 감소하면서 문화·교육만족도가 하락했다. '폐교만은 막아보자'며 학교와 교사는 공간의 변화부터 꾀했다. 교무실 같지 않은 카페형 교무실이 탄생했다.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에 따라 복합 기능 공간인 '채움뜰'이 마련됐다. 강의실, 오케스트라 연습실, 야외 공연, 스포츠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해진 공간의 변화는 학생과 교사의 감성을 바꿨다. 최 교사는 6년간 전교생이 3.4배 증가하고 학교 선택률이 20%에서 80%로 증가한 성과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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