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행과 부산은행 투뱅크체제로 골격이 짜인 BNK금융지주가 올 들어 경영혁신팀을 신설하고 업무표준화와 그룹 전산센터 이전을 추진하면서 상대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부산은행이 경남은행을 흡수하기 위한 사전 준비작업을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풍문이 돌았으나 뜬소문이었음이 드러나 다행이다. 신임 김지완 그룹 회장은 최근 경남도민일보를 방문한 자리에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명쾌하게 선을 그어 불신감을 없앴다. 그는 경남도를 찾아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과 회동에서도 경남은행이 가진 브랜드가치가 크다며 지역은행이 목표로 하는 기업지원과 육성에 혼신의 노력을 곁들이겠다는 각오를 밝혀 그 뜻을 재다짐했다.

경남은행은 도민들과 애환을 같이해온 은행이다. 지역 기업들이 출자해서 설립했고 도민 성원으로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향토은행이다.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목적 아래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경남은행은 간판만은 잃지 않고 살아남았다. 모두가 도민들의 변치않는 사랑 덕분이었음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하겠다. 혹시라도 부산은행으로 예속돼 아예 이름이 증발되지나 않을까 걱정돼 정부를 향해 벌인 지역민들의 생존투쟁이 얼마나 강고했는지 도민이라면 모를 사람이 없을 것이다. 자치단체와 산업계는 물론 자생적 시민단체와 심지어 학계까지 나서 한목소리로 경남은행의 존치를 외친 것은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 지역은행이 없어지면 자금대출이 끊겨 경제는 위축된다. 그 불이익도 크지만 주민 자긍심의 상실은 더 크다.

경남은행은 경남도민에게는 그런 은행이다. 지주회사 우산 속으로 편입돼 비록 독립적인 법인격에는 흠이 갔지만 그래도 간판과 경영 자율성은 그대로 살아있어 향토애를 자극하는 데는 변함이 없다. 여·수신 실적이 향상되고 있는 것도 그로써 지역민의 사랑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구도가 깨지지 않는 한 경남은행은 경남의 것이고 경남도민의 자산이란 등식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BNK금융은 이참에 운영방식뿐만 아니라 사원채용이나 간부 임원 기용 등 인사에 이르기까지 경남의 고유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그룹차원의 원칙을 재정립해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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