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가 공석 중인 경남발전연구원(경발연)은 설립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유성옥 전 원장은 국정원 심리전단장 때의 정치공작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경발연의 설립 목적은 도를 대표하는 공공 연구기관으로서 지역경제와 사회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지만, 창립 25년을 맞은 경발연은 그 기능이 거의 무너진 상태다. 최근에는 채용 특혜 의혹까지 불거졌다.

창립 이후 경발연은 도지사의 측근이 때때로 수장으로 임명되면서 중립성이 흔들려왔지만 홍준표 전 도지사 재임 시기에 크게 훼손되었다. 홍 전 지사는 자신의 측근이나 국정원 출신 비전문가를 원장으로 앉혔으며 그마저도 두 번의 임기 기간 원장이 세 번이나 교체되었다. 2014년에는 조직 쇄신을 이유로 박사급 연구직을 52%나 감원하고 예산도 크게 줄였다. 2016년 현재 경발연의 연구직 인력이나 예산은 다른 시도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도지사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조직으로 전락하면서 경발연은 정책연구의 중립성에 대한 신뢰도 잃게 되었다. 홍 전 지사의 입맛에 맞게 낙동강 취수원의 수질을 폄하하면서 지리산댐 건설을 합리화하는 연구보고서가 나온 것이 대표적이다. 또 수년 전 수억 원대의 용역 보고서에서 잇따라 표절이 드러난 것은 정책연구기관으로서 역량뿐 아니라 윤리성마저 상실한 경발연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은 경발연이 정책연구기관으로서 제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점은 절감하고 있지만 권한대행으로서 행보에 제약이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지난 7일 경발연을 방문하여 개혁 방안을 논의한 것을 높게 평가할 수 있다. 경발연이 경남도에 '쓴소리'도 할 수 있는 연구기관이 되려면, 제도적으로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도지사의 측근이나 비전문가가 원장으로 임명되는 것을 막지 못하거나 원장의 임기와 연구원의 신분이 보장되지 않으면 정치적 외풍을 피할 수 없다. 경발연은 경남도와 정책적 동반자 관계를 이룰 뿐 단체장의 수족처럼 움직여서는 안 된다. 이는 단체장의 의지로만 될 일이 아니며 조례 제정을 통해 보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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