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하지만 위험하고 무서운 것이 문화
이런 본질을 가장 잘 응용하는 것이 정치

문화는 인간의 문제다. 인간 관계, 모든 사물과 인간의 관계를 통하여 생명력이 생겨나고 변화 소멸한다. 문화의 필요성은 인간 생활이 진화하기 위해 인간이 생각하고 만들어 낸 것이다. 따라서 문화는 자연의 섭리와는 다르다. 철저하게 인간적이라는 말이다.

문화가 형성 작용하는 범위도 인간 생활에 한정되어 있는데, 정치 경제 사회의 보다 광범위한 영역으로 확산 작용하며,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까지도 미칠 수 있다. 문화는 모이고 쌓여서 가치를 만들고 인격을 만든다. 한 사람, 한 집안, 한 사회, 한 국가의 인격이나 가치를 만드는 바탕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는 이상(理想)에 대한 권리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상은 피안에 있어서 마음으로 바라볼 수는 있지만 이룰 수는 없다. 그러나 이룰 수 있는 것만이 좋고 옳은 것은 아니다. 현실에서 당장 이룰 수는 없지만 바라보며 꿈꿀 수 있는 것도 좋고, 옳은 것이다. 꿈꾸다 보면 조금씩 생활로 묻어나고, 싹트고, 자라고, 다듬어져서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 그런 문화는 난세에 특별한 힘을 낳는다.

그래서 문화는 결코 순수하거나 깨끗하지 않다. 문화가 생겨나는 바탕은 어둠을 바탕 삼는다. 혼란, 무질서, 불평등이 문화가 생겨나는 에너지 원천이라는 말이다. 인간 삶에서 무질서, 불평등, 혼란은 인간사회를 이루는 바탕인데, 동시에 인간은 그것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기를, 편안하기를 소망한다. 그 소망이 곧 문화가 발생하는 바탕이므로, 문화의 에너지 원천은 참 묘한 것이다.

문화는 사악함을 이웃으로 한다. 속임수, 폭력, 절도, 거짓말이 문화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다. 이 또한 인간생활의 바탕이면서 인간이 벗어나고 극복하기를 소망한다. 또한, 문화는 불안을 표정으로 삼는다. 궁핍과 차별, 어둠과 우울함을 표정으로 삼는다. 인간은 이 표정을 여유, 평등, 자유분방함으로 변화시키기를 꿈꾼다. 이 꿈이 문화다.

문화는 공정함과 사악함이 공생하는 데서 산다. 인간은 두 영역에 발을 걸치고 서 있다. 공정함만이나 사악함만으론 살아갈 수 없다. 여기서 인간의 고뇌와 갈등이 생겨난다. 고뇌와 갈등이 문화다. 문화는 흑과 백이 번갈아 들면서 표현된다. 진실과 거짓이 인간의 삶에서 절대적인 힘으로 존재한다. 진실만을 추구하는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이 아니고, 거짓을 추구하는 것을 모두 부정할 수 있는 능력을 인간은 지니고 있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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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진실만으로 살고 싶지만 불가능하고, 거짓만으론 살아갈 수 없지만 인간 삶에는 거짓이 때때로 진실만큼 그 영역을 확보하고 있음을 어찌 부정할 수 있는가?

문화란 그래서 필연적이고, 중요하고, 위험하고, 무서운 것이다. 이런 미묘한 문화의 본질을 가장 잘 응용하는 기술이 정치다. 그래서 정치는 없애고 싶지만 불가능하고, 인정하고 싶지만 끝까지 뒷맛이 씁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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