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가난' 담은 작품 소개

당대 미술가와 그들 작품 속에 숨은 시대와 역사가 감칠맛 나게 풀어졌다.

8일 오후 7시 30분 진주시 평거동 진주문고에서 11월 11일 서점의 날을 기념한 인문특강이 열렸다. 미학자 김채린 씨가 '근대의 꿈과 몰락, 예술, 자본주의 그리고 전쟁'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김 씨는 작품을 미적인 감상에서 벗어나 자료와 정보를 통해 사회와 문화적 측면에서 접근했다. 그는 명화 속 사회적 풍경과 정신을 날카롭게 해독한 <세 번째 세계> 저자이이기도 하다.

강연에 앞서 김 씨는 미술의 역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미술의 역사를 보면 어떻게 역사가 움직이는지, 철학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그 시대 사람들이 어떤 변화하는 삶 속에 살았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

그는 지금의 현대사회를 보기 위해 서양미술을 공부해야 하는 관점을 언급하며, 18세기 후반 인상파 선구자인 클로드 모네(1840~1926)를 주목했다.

모네는 빛과 색깔에 집중했다. 모네의 '인상, 해돋이'가 처음 나왔을 당시 '뭘 그린건지 모르겠다. 인상을 그린 그림'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인상주의' 용어가 탄생한 배경이다.

진주문고에서 열린 인문학특강에서 김채린 씨가 '근대의 꿈과 몰락, 예술, 자본주의 그리고 전쟁'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문정민 기자

지독하게 가난했던 모네는 당시 도시 계획을 추진하고 있던 파리의 밝은 면에 집착했다. 배고팠기에 성공을 바랐고 상류층에 빌붙어야 연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네의 삶을 살펴보면 당시 자본주의가 화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짐작할 수 있다. 주 고객인 부르주아에게 자기 그림을 팔지 못하면 가난한 존재로 살아야만 했다. 자신의 그림과 작품 세계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고 알리지 못하면 화가로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김 씨는 새로운 과학의 등장과 함께 전쟁, 그리고 예술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대표적으로 과학과 폭격에 지대한 관심이 많았던 살바도르 달리(1904∼89)의 작품을 예로 들었다. 달리의 1947년 작품 '비키니의 세 스핑크스'는 미국 비키니 핵실험을 그렸다. 원자폭탄과 그것을 떨어뜨린 미국을 찬미했다.

반면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고 비극을 알린 인물도 있다. 피카소는 1951년 '한국에서의 학살' 그림으로 황해도 신천 학살사건을 알렸다. 학살을 자행하는 이가 미군인지 사실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전쟁의 참혹함과 아픔은 생생하게 담겨 있다.

김 씨는 인간이 추앙한 이성주의가 가진 불완전함에 대해 이야기하며 특강을 마무리했다.

"현대를 가로지르는 사상의 공통점은 우리는 신으로부터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성은 완벽하지 않다. 이성 밑에 본능과 성적인 욕망, 물질적인 무엇이 내재돼 있다. 이성이라는 것을 존중하고 추앙했지만 결국 전쟁으로 치닫고 말았다. 세계전쟁은 이성이 가장 옳은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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