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직접 설계한 순천시 '기적의 놀이터'인기

현란한 놀이시설 없이 공터만 있어도 재밌는 놀이가 무궁무진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놀이터'는 없고 지금은 전국 어디나 똑같은 '놀이시설터'만 있다.

놀이터를 주제로 한 뜻있는 토론회가 최근 열렸다. "놀이터 주인인 아이들에게 놀 시간과 놀 친구, 놀 재미를 주자." ㈔경남교육포럼은 지난 2일 경남도교육청 2청사에서 토론회를 열고 어른들이 바뀌면 아이들이 놀이터 주인이 될 수 있다는 흥미로운 결론을 도출했다.

◇지금 놀이터 문제점 = 순천시는 지난해 5월 기적의 놀이터 1호 '엉뚱발뚱'을 준공한 데 이어 지난 5월 2호 '작전을 시작하-지'를 개장했다. 특히 어린이들이 놀이터 설계부터 감리까지 직접 참여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공공 놀이터 혁신을 이끈 순천시는 '어린이에게 친절한 도시'를 선언하고 2020년까지 10호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직접 놀이터를 설계하면서 말한 기존 놀이터에 대한 생각은 불만족 자체였다. '답답하다, 단순하다, 평범하다, 별로 숨을 곳이 없다, 재미없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무엇보다 놀이터에 필요한 것은 '친구들, 즐거움'이란 답이 많았다.

전남 순천시가 지난 5월 해룡면 신대지구에 5000여㎡ 규모로 조성한 기적의 놀이터 2호 '작전을 시작하-지'. /순천시

토론회에서 김석 순천YMCA 사무총장, 이종훈 창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김서현 마산YMCA 사회교육부장, 김성준 함안 아라초교 교사, 이한준 김해행복놀이터만들기 추진단 공동대표는 획일화된 현재 놀이터 문제점을 짚었다. △어린이가 없는 놀이터 △안전제일주의 놀이터 △이용자 주변 환경에 관계없이 비슷한 놀이터 등이다.

이종훈 국장은 "안전기준을 통과한 놀이터가 과연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줄까? 안전한 놀이터는 재미없는 놀이터다. 위험에 대처하는 능력은 안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배우게 된다"며 위험을 배우고 대처할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준 대표 역시 "올라가지 마세요라고 표기하고 부모들이 단속하는 것은 놀이 속에서 창의력을 기르는 아이들에게 한 방향으로 올라가서 한 방향으로 내려오라고 지시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에게 돌려주자" = 토론자들은 "나부터, 내 아이부터 놀게 하자"고 제안했다. 놀 시간과 장소를 뺏긴 아이들에게 '놀 권리'를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놀이터는 아이들 스스로 관계를 발견하고 구성하는 아이들만의 시민사회이자 공화국이다. 이런 공간인 골목과 공터가 자유시간과 함께 사라졌다. 놀이터를 살리기 위해서는 놀이터 다양성을 회복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김성준 교사는 "학교에서는 아이들 놀이보다 안전을 우선시한다. 학교 놀이터에서 누가 다치면 그 놀이기구 혹은 놀이터 자체에 접근을 하지 못하게 한다. 아이들은 위험을 배워야 한다. 도전과 작은 부상은 아이들을 자라게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사는 안전과 책임에 대한 부분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 놀이터에서 안전사고가 일어나면 교사나 교장이 책임을 짐으로써 놀이터에서 아이들 자율성이 축소돼왔다는 것이다. 김 교사는 관리와 교육 주체를 분리해 교사는 놀이 교육을, 안전은 관리자가 책임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UN아동권리협약 제3조 1항은 "공공기관 등은 아동에 관한 모든 활동에 있어 아동의 최상 이익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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