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과 유영국, 천경자 등 한국 현대미술을 선도했던 1세대 모더니즘 작가 10명이 '모던아트협회'를 만들었다. 기성 미술에 도전하며 새로운 예술을 꿈꾼 그들.

처음으로 이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모던아트협회-아방가르드를 꽃피우다'전이다.

"추상, 구상 다 다르죠. 향토색 짙은 작가도 있고요. 작품 스타일이 비슷해서 모인 게 아니에요. '아방가르드'에 뜻을 함께했죠."

박효진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학예연구사가 설명했다.

이규상 작 '생태11'

모던아트협회는 판에 찍어낸 듯한 사실주의를 추구하는 기성 미술에 저항했다. 보수적인 주류에 참여하지 않으며 앞으로 전개될 미래를 탐색했다.

1956년 10월 한묵(1914~2016), 이규상(1918~1967), 유영국(1916~2002), 황염수(1917~2008), 박고석(1917~2002)이 결성해 제1회 전시를 열었고, 3회 전시부터 문신(1923~1995), 정규(1923~1971), 정점식(1917~2009)이 참여했다. 이어 김경(1922~1965), 천경자(1924~2015), 임완규(1918∼2003)가 동참했다.

이번 전시는 이들의 대표 작품을 통해 한국 화단에 꽃핀 재야정신을 볼 수 있다.

우주공간을 구현하는 한묵, 면과 선으로만 구성해 순수한 추상작품을 그린 이규상, 분할의 미를 보여주는 문신, 강렬한 원색 대비를 추구한 유영국, 판화·유화·도예·미술비평을 한 정규, 뱀을 그린 천경자까지.

모던아트협회 3회전 전시장 앞에서(사진 왼쪽부터 문신, 이규상, 유영국, 박고석, 한묵).

이들은 1960년까지 총 여섯 번 전시를 열며 의욕적으로 작품 활동을 했다. 문신과 한묵이 프랑스로 가고 이규상, 김경이 세상을 일찍 떠나면서 모임은 자연스레 해체됐다.

오늘날 마주한 이들의 그림과 조각은 전위적이지 않다. 이미 익숙해져 버린 탓이다. 하지만 이는 그 시절 가난과 고독을 딛고 새로운 미술을 꽃피우려고 했던 노력과 숨결의 상징이다.

박 학예연구사는 "1세대 작품을 모아 전시하는 게 쉽지 않다. 소장자를 알기 어렵고 작품 저작권도 걸려 있다. 아쉽게도 임완규 작가 작품은 걸리지 못했다"고 했다.

유영국 작 '바다에서'

문신미술관 전시장 한편 그들의 이야기가 박혀 있다.

'그래, 나는 오직 꿈을 파먹고 살아왔다. 지나온 길이 평탄하지 않아 눈이나 비, 꽃과 친할 수밖에 없었고 자연에서 얻어지는 고독한 행복감에 젖어 오직 작업하는 일만이 편한 길이었다-천경자'

전시는 26일까지. 문의 225-7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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