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고달픈 삶의 흔적 회원동 500번지] (3) 회원동 500번지가 배출한 사람들
강, 당산나무 인근 거주…이곳서 초중고까지 졸업
이, 해방 후 부모와 이주…모교 회원초 교사 재직도

해방 후부터 가난한 이들이 꾸역꾸역 모여 형성된 회원동 500번지. 오래되고 사람이 많던 동네인 만큼 이곳에서 배출한 인물도 많을 것이다. 1,2회에서 소개한 건축가 허정도 씨나 서양화가 이아성 씨처럼 이곳에서 태어나 자란 이들도 있지만, 삶의 한때 잠시 회원동을 거쳐 간 이들도 있다. 사회적으로 이름난 이들 몇은 수소문을 했지만, 접근이 쉽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람이 <쉬리>(1999), <태극기 휘날리며>(2014)를 만든 영화감독 강제규(55)다. 그가 마산 출신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강제규 감독은 경남 마산에서 2남2녀의 막내로 태어났다. 부모님은 시내 부림시장에서 주물·철물점을 하셨다. 1975년 회원초등학교, 1978년 마산중학교, 1981년 마산고등학교를 졸업한 강제규는 곧잘 수석을 차지하는 등 뛰어난 우등생이었다. 그림을 잘 그렸고, 과목 가운데 수학을 좋아했으며, 고등학교 때에는 교내 문학회에서 활동했고, 사진촬영도 즐겼다." (2011년 4월 27일 자 경향신문)

2000년대 초반 유명했던 MBC 프로그램 <러브하우스>가 회원동 좁은 골목 안에도 한 채 있다. 당시 동냥 할머니로 불리던 이순덕 할머니 댁이었다. /이서후 기자

허정도 씨는 "둥구나무 근처에 영화감독 강제규가 살았던 걸로 안다"고 희미하게 기억을 더듬었다. 둥구나무는 회원천 옆에 있는 회원2동 당산나무다.

이승기(79) 마산문화원 영화자료관장은 "2000년도에 강제규 감독을 만난 적이 있는데, <쉬리>를 제작하고 있을 당시까지도 부모님이 부림시장에서 장사를 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영화인으로는 영화배우 이대엽(1935~2015)도 회원동 500번지와 인연이 있다. 해인대학(현 경남대) 법학과를 나와 모교인 회원초등학교 교사로 있다 우연히 영화에 출연, 유명 배우가 됐다. 은퇴 후에는 성남시에서 국회의원과 성남시장을 지냈다. 그는 일본에서 태어나 해방 후 부모를 따라 귀국한 귀환동포다. 당시 귀환동포들이 그랬듯 그의 부모도 회원동 500번지 주변에 자리를 잡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대엽이 출연한 영화 <경상도 사나이> 포스터.

허 씨는 "웨슬레고등공민학교(현 성은교회) 주변에 전 성남시장이자 영화배우였던 이대엽이 살았던 집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옛날 가난한 회원동 아이들이 중등교육을 받던 웨슬레고등공민학교는 마산 출신 사회·노동운동가 소담 노현섭(1920~1991) 선생이 1957년 회원동 480번지에 세운 마산고등공민학교가 전신이다. 이후 재정난이 이어지자 1965년 당시 북마산교회 대표 서익수(80) 선생이 이를 인수하며 웨슬레고등공민학교로 바뀐다. 서익수 선생은 마산무학여고(옛 마산여상) 창립자이기도 하다.

회원동 500번지에는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유도 금메달리스트이자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미정(41) 용인대 교수가 어릴 적 잠시 살았던 외가도 있다. 허정도 씨는 "김미정 교수가 아주 어릴 때 여기 잠깐 살았다"고 전했다.

2000년대 초반 인기를 끌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 러브하우스>란 프로그램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현재 철거가 한창인 회원동 주택가 한가운데에도 러브하우스가 한 채 있다. 당시 마산에서 손자를 데리고 구걸을 해 '동냥 할머니'로 불리던 이순덕 할머니 댁이다. 할머니는 돌아가신 지 오래지만 집은 그때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이마저도 곧 헐릴 예정이지만 말이다.

회원2동 재개발 지역에 있는 붉은 벽돌집. 유도 금메달리스트 김미정 용인대 교수가 어릴 적 잠시 살던 곳이라 한다. /이서후 기자

[참고문헌]

<마산영화 100년>(이승기, 마산문화원, 2009)

논문 <마산지역 고등공민학교의 역사적 고찰> (이영옥,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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