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 후 1년여 방치한 법무부 해명해야
갈등 조정? 부추기기? 총리실 역할 부재

거창구치소 이전 문제가 3년이 넘도록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 문제를 두고 갈라진 민심을 조정해 보려 추석 연휴 직후 거창을 방문한다던 국무총리가 지난달 28일로 일정을 연기하더니 이틀 앞두고 다시 무기한 연기했다. 양동인 군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자신의 선거공약이기도 한 거창구치소 이전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11월 법무부를 방문했다. 여기에서 그 해 말까지 군민이 만족하고 법무부가 공감할 대체 부지를 제안할 때 외곽이전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업무협의를 이끌어 냈고 양 군수는 이 내용을 담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러한 가운데 거창군은 발 빠르게 대체부지 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청회 등을 거쳐 지난해 말 최종 대체부지를 법무부에 제출하는 등 잰걸음을 보여 왔다. 한편으로 거창군은 5월부터 대통령비서실로 구치소 이전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보내고 7월에는 양 군수가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난 데 이어 8월에는 국정상황실을 찾는 등 이전문제의 끈을 놓지 않은 채 중앙 정부와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9월 들어서는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을 방문해 실무협의를 거치는 등 군수와 관계 공무원들이 몇 차례나 서울을 오르내리는 집념을 보이면서 완강했던 법무부가 태도를 바꾼 게 아닌가 하는 분위기가 퍼졌 다. 이런 노력 끝에 거창구치소 이전 문제가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이 관장하는 25개 지역갈등해소 과제의 하나로 선정됐다는 소식과 함께 국무총리의 거창 방문 계획이 알려지면서 정부차원의 해법이 나올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이낙연 국무총리의 군 방문을 앞둔 지난달 26일 의장을 포함한 9명의 거창군의회 의원들이 돌연 원안추진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해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응해 양 군수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하고 군의회의 행태를 반박하면서 거창의 백년대계 밑그림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결국 지역사회가 여론을 통합하지 못한 채 두 쪽으로 갈라지자 국무총리실에서도 갈등중재에 부담을 느끼고 거창 방문을 취소한 것으로 여겨진다. 일정이 무기한으로 연기되자 국무총리의 발걸음에 잔뜩 기대를 걸었던 거창군민들은 실망감과 함께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갈등 중재와 함께 실마리를 풀어줘야 할 국무총리실이 미적지근한 태도로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법무부와 국무총리실을 싸잡아 성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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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공사를 시작하고도 1년여 동안 내버려둔 부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아울러 이 문제가 지역사회 에너지를 소모적으로 낭비하고 있는 만큼 지칠 대로 지친 민심을 무작정 끌고 갈 것이 아니라 이제는 원래의 위치에 짓든 대체부지로 옮기든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무총리실과 법무부가 갈등의 중재자이자 조정자로서 이쪽저쪽 눈치만 살피지 말고 더욱 적극적인 역할로 과감한 결정을 내릴 때라는 것이 현재 거창의 지배적인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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