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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 일기] (8화) 비정규직 불안감 언제 벗죠

제빵사 불법파견 공공기관 비정규직
"누구의 문제가 아닌 우리 문제로 다가와"

시민기자 이지훈 webmaster@idomin.com 2017년 11월 08일 수요일

'취준생 일기'는 고단한 취업 전쟁에서 하루하루 불안한 삶을 이어가는 취업준비생 이지훈(26) 씨의 이야기입니다.

나와 상관없는 일일까. 국내 최대 규모 빵집 제빵사들이 불법 파견 문제를 겪고 있다.

가끔 매일 해먹는 집 밥이 물리거나 시간을 아끼고 싶을 때마다 들르는 빵집은 무척 세련되고 간단했다. 식사를 차리는 데 드는 시간을 없앨 수 있고 어쩌면 외식보다 비싼 음식재룟값을 생각한다면 매일 빵만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도 든다. 이런 일상 속에 또다시, 그리고 여전히 병적인 불법 아웃소싱이 끼어들어 있었다.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오로지 내 한 끼를 채워줄 '수단'에만 집중하기에는 내가 너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예민한 반응일까.

불편이 과잉된 취준생은 밥을 먹으면서도 불편하다. 학교나 마트를 가도, 차에 기름을 넣으러 가거나 영화를 봐도 달라지는 건 없다.

모른 체해야 하는 걸까. 나랏일을 맡아 하는 전국 공공기관 853곳에 41만여 명의 비정규직이 있다. 사실 나도 그들 중 하나다.

정부가 바뀌면서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논의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그 현장의 한가운데 있던 나는 끊임없는 물음표의 연속이었다.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는 날 온라인 공간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기간제 계약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과연 정규직 자리를 맡을 자격이 있는지 묻는 이들이 많았다.

반대로 지속적인 업무 관리가 필요한 공공기관의 일자리가 계속해서 다른 인력으로 갈음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부 가이드라인의 골자는 '업무의 지속성'이 있는 일자리인 경우다. 단언컨대 '잠깐'을 위한 일자리는 없다.

지속성을 '끊어내기' 위해 내년부터 볼 수 없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새로운 분야를 경험해보고 공부에 들어갈 돈을 마련하려고 들어온 일자리에서 노선이 잘못 수정된 기차의 경적 소리를 듣게 됐다.

그다지 노력하지 않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일까.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직종 가운데 상당수에서 채용비리가 판치고 있다.

누구의 아들인지가 중요한 세상이다. 물론, 사회·경제적으로 성공한 집안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 세상 사는 법을 잘 터득할 수 있을 수도 있겠다.

이쯤 되면 공부 열심히 하라는 어른들의 말이 다른 뜻으로 풀이된다. '하드캐리(Hard carry·나머지 팀원의 몫을 다하며 게임을 승리로 이끌어가는 한 명의 플레이어를 지칭하는 신조어)'가 되란 말이다.

아무런 검증 없이 입사한 나의 동기 혹은 선후배 사이에서 망해 갈 회사를 재건하려면 너라도 유능해야 하니까.

그리고 그들이 임원으로 승진하면 잘 보좌하도록 말이다.

내가 겪는 하루는 노동과 뉴스, 그리고 암기와 문제 풀이다. 퇴근 후 밥을 차려 먹으며 매일 뉴스를 본다.

아마도 동 시간대 뉴스를 보는 이들의 생각은 다들 비슷할 것이다.

왜 저러냐. 나쁘다. 미쳤다. 잘 됐네. 쌤통이다.

자신이 오늘 하루의 이슈에서 뒤처지지 않았음을 위안 삼는다. 그러곤 마음이 불편해진다.

취준생인 기간 뉴스를 '끊고' 싶어 했던 이유가 다시 떠오른다.

이렇게 마음이 불편할 거면 차라리 보지 않을걸. 수험서를 꺼내 든다. 한 자 한 자 공책에 옮겨 적으며 나의 '양식'과 '무기'가 되길 기원한다.

그렇게 다시 불법 파견장에서 유명 빵집의 제빵기사가 되고 싶어 했던 이들과 보호 정책이 시행되어도 '인스턴트 업무'로 판단되어 잘려나갈 사람들, 그리고 보통의 집안에서 태어나 여러 사람의 몫을 살아가야 할 이들에 대한 염려로부터 멀어져 간다.

"아빠만큼 잘살 수 없을걸."

나에게. 그리고 우리 세대의 학습 된 무기력을 명료하게 정리한 말인 것 같다.

그야말로 '압축 성장'을 거친 우리 사회의 결과는 '압축'인 것 같다. '취준생적 상상력'을 빌려 감히 예측해 보자면 사회는 점점 작고 안정적이며 방어적인 캡슐 모양을 닮아가야 할 거다. 동그랗고 작은 집과 작은 차. 하루의 영양소를 모두 담은 캡슐 음식이 공장에서 생산된다.

정말 비약적인 상상이다. 하지만, 내 마음이 그렇다. <끝>

/시민기자 이지훈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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