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수요일 오후, 박영일 남해군수가 불쑥 하동군청을 찾았다. 갑작스러운 박 군수 방문에 하동군청은 술렁거렸다. 전후 사정을 몰랐던 일부 하동군청 간부공무원은 당혹스러워했다.

물론 하동군청은 사정이 있었다. 하동군 수장인 윤상기 군수와 함께 부군수 모두 대내외 행사 일정으로 자리를 비웠다. 남해군이 박 군수의 방문을 알릴 당시, 하동군은 이런 이유로 다음에 일정을 잡자고 제안했으나 박 군수는 이를 거절하고 방문을 예고했다. 이날 박 군수는 윤 군수의 비서실장과 20분가량 면담을 한 후 하동군청을 떠났다.

박 군수의 이번 하동 방문은 자치단체 간 기존 사례를 봤을 때 일상적이지 않은 돌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방문한 박 군수의 행동은 그럴만한 배경이 있었다. 최근 남해군과 하동군은 내년 중반 개통 예정인 '(가칭)제2남해대교' 명칭을 놓고 소리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두 지자체 간 신경전이 뜨거워지는 상황에서 경남도 지명위원회가 하동군에 유리한 명칭 권고안을 내놓으면서 남해군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다리 명칭이 '제2남해대교'가 유리할 것으로 봤던 남해군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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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하게 하동을 방문한 박 군수는 면담 자리에서 제2남해대교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하동군이 제안한 다리 명칭안의 부적절성을 재차 강조했다. 박 군수 방문 이후 두 자치단체의 신경전은 더 격화되는 모양새다. 박 군수의 발언을 두고 하동군은 보도자료를 통해 "허구다, 설득력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질세라 남해군은 공식 유감의 뜻을 표하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감정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다. 다리 명칭을 두고 벌이는 격한 신경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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