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도 빠지지 않는 대중교통 불편신고
시장·구청장 1년 한두 번이라도 타보라

"내가 분노 조절에 실패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높은 확률로 창원 시내버스 안에서일 것. 급가속, 급정거, 경적 무한 반복의 20번 버스를 탔다. 멀미 시작." 얼마 전, 회사 동료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그러자 수십 개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나도 여러 번 운전사에게 문제제기를 하면 시청에 말하란다. 우씨!", "절대 공감! 버스 타는 게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 타는 느낌이랄까?", "어느 정도냐면, 방지턱에서는 머리가 천장을 받습니다. 인천 월미도 놀이공원입니다.", "무서워요. '정차하면 서세요'라는 안내(스티커)가 있더만, 실제 그러면 (기사한테) 욕먹겠죠.", "저도 버스 탈 때마다 제가 무한 을이 되는 느낌이ㅠㅠ."

조금 더 분노조절 훈련을 하고 싶은 분이라면 지금 당장 창원시청 홈페이지 내 '시민의 소리'로 들어가 '대중교통 불편신고' 창을 열어보시라. 시내버스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지 않는 분이라 할지라도 공감 능력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분노의 클릭을 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급가속·급정거·난폭운전·무정차는 다반사고, 버스 기사의 욕설과 불친절에 모욕감을 느꼈다는 호소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갱신되고 있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지역 언론에서도 창원 시내버스의 난맥상을 틈날 때마다 제기하고 있지만 그때뿐 다시 돌고 돌아 제자리다.

과연 문제가 무엇일까? 얼마 전 창원시청 대중교통 담당 공무원 몇몇 사람에게 시민들로부터 끊임없이 제기되는 시내버스 난맥상을 정말 이대로 놔둘 것인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본 적이 있다. 대답이 가관이었다. "이 정도 도시 규모에 그래도 창원 시내버스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안전운행을 하고 싶어도)또 늦게 가면 늦게 간다는 민원이 들어오기도 한다."

아마 조금 있으면 어느 회사가 될지 모르겠으나 임금 체불의 고통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의 쟁의가 일어날 것이며, 해당 사주는 '우리도 어렵다'며 나 몰라라로 일관할 것이며, 행정은 중간에서 우왕좌왕할 것임이 분명하다. 그동안 수없이 되풀이됐듯이! 그러면 시내버스를 타는 시민들은 '무한 을'이 되어 하루를 시작할 것이며, 퇴근 시간에는 또 '짐짝'이 될 터이다.

서울에서 2년 정도 근무하다 다시 창원 본사로 발령받은 후, 나는 한 1년 정도 시내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했다. 평온한 날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굳이 서울의 대중교통 시스템과 창원의 그것을 비교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시장과 구청장들이 시내버스 민생투어 정도는 1년에 한두 번씩이라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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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육책이긴 하겠지만. 내가 예민해서일 수도 있다. 창원에서 시내버스를 탈 때마다, '모멸감' 같은 걸 느낀다. 엄청난 스트레스다. 일상적으로 겪는 모멸감은 자존감을 바닥치게 할 것이고, 그것은 타자와 사회를 향한 폭력으로 비화될 수 있다. '광역시'나 '문화예술관광 도시'가 되기 전에, 시내버스로 말미암아 '병리적인 도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내가 예민한 탓으로 돌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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