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이야기라도 단순하게 풀어내기만 한다면 흥미가 반감된다. 결말을 보기도 전에 그만본 드라마는 모두 세심함이 떨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드라마의 완성은 세심함이다. 최근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넷플릭스 자체 제작 드라마 <마인드헌터>를 보고 확신했다.

"피곤해 보여." "아주 예쁘지만 좀 지쳐 보인다고." 드라마에 등장하는 게이 연인의 대화 한 토막이다. 주요 인물의 짝이 상대방에게 피곤해 보인다고 말을 걸었다가 다시, 아주 예쁘지만 조금 지쳐 보인다고 고쳐 말한다.

'피곤해 보인다'는 말에는 상대방을 걱정한다는 의미가 있겠지만, 받아들이는 견해에서는 '못생겨 보인다'고 들릴 수도 있다. 인간관계를 다루는 모든 드라마는 이런 세심함을 놓쳐서는 안 된다. 더욱이 이 드라마의 장르는 연애물이 아니라 스릴러다. 미국 FBI 프로파일링 기법 기원을 다루는 작품인데, 그런 작품 속에서 이렇게 세심한 대사가 나온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세심한 대사 하나 때문에 작품 전체 연출에도 신뢰가 쌓였고, 결국 밤을 새워 드라마의 끝을 봤다. 다음날이 피곤해도 흐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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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엔터테인먼트 채널 tvN 드라마 흥행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 6월과 7월 방영한 <비밀의 숲>은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수식어도 부족하다. 탄탄한 연출과 매력적인 각본, 배우들의 명품 연기로 눈 호강했다. 짜임새와 대사 또한 세심함으로 빛났다.

세심함으로 성공을 거둔 드라마는 대부분 사전 제작이다. 사전 제작이 답은 아니지만, 시간에 쫓기는 작품은 여러모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세심함이 돋보이는 드라마가 더욱 많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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