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개통 예정인 가칭 제2남해대 교의 정식 명칭을 놓고 하동군과 남해군이 한치 양보 없는 분란에 휘말림으로써 지역갈등을 키우는 모습이 딱하기만 하다. 남해군은 현재의 남해대교와 나란히 건설되는 다리인 만큼 제2남해대교로 부르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하동군은 이순신 장군의 혼이 서린 유서깊은 임란 전적지이므로 지역명을 딴 노량대교나 충무공대교로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며 맞서고 있다.

두 주장 모두 타당성의 궤를 벗어나지 않았음은 확실하다. 어떤 이름으로 부르건 역사·문화·정서적으로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그런 까닭으로 경남도 지명위원회가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중앙위원회로 부담을 떠넘기려고 하는 것이다. 다리 이름 하나 짓는 것조차 중앙의 권위에 기대려 하다니 엄밀한 의미에선 책임회피와 다름없다. 개통을 앞둔 당시 들끓었던 창선·삼천포대교의 명칭갈등은 고려할만한 좋은 전례라고 할 수 있다. 사천 쪽에선 삼천포대교, 남해 쪽에선 창선대교로 불러야 한다며 대치하는 바람에 가까운 이웃끼리 서로 반목했던 기억이 새롭다. 다만, 지금의 남해대교가 하동과 남해를 잇는 단일교량인 점에 비해 창선·삼천포대교는 세 개의 섬을 관통하여 이어주는 연륙교여서 양쪽 지역을 아우르는 복합식 명칭을 쓰는 것으로 결론을 내려 주민들의 동의를 얻었지만 그 이름이 길어 부르기가 까다로운데다 교량 이름이 가진 특징적 상징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 유명세를 살리는데 한계를 드러냈다. 제2남해대교나 노량대교 혹은 충무공대교는 어느 것이든 무난하기는 하다. 문제는 선택의 지혜다. 어떤 명패를 붙여야 교량 이름으로 관광 효과를 최고화할 것인가, 여기에 주안을 두어야 한다.

양 지역이 민관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고는 하나 무조건 주의주장만 펼 게 아니다. 관권으로 압박하기 전에 주민들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자치시대 민권의 위상을 확인하는 자율적 저울대가 되지 않겠는가. 어떤 이름이 친근하며 그곳의 지역적 문화가치를 드높일 수 있을 것인지 자문하고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번 정해지면 교량의 정체성은 요지부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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