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가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 선생을 기리는 기념관 표지석 제막식과 추모식을 서거 22주년 기일에 열기로 하여 환영받고 있다. 윤 선생 탄생 100주년이 되는 올해, 고향인 통영의 생가터에 처음으로 선생의 이름을 새긴 기념건조물이 태어나게 되는 것이니 감격스러운 일이다.

윤이상 선생은 살아생전은 말할 것도 없고 서거 후에도 분단과 독재의 탄압과 비극을 한몸에 안고 살아야 했다. 일찍이 현대 음악의 3대 작곡가로 손꼽힐 정도로 세계적인 존경을 받았지만 정작 고국에서는 이념대립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아예 이름조차 불리지 못했다. 비운과 역경의 세월을 인내하면서도 고국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놓지 않았건만 끝내 대한해협을 넘지 못하고 비운의 삶을 마쳐야 했다.

사후에도 선생의 음악적 명성을 찾는 일은 지극히 어려웠다. 세계적으로 그를 따르는 음악가들이 해마다 선생의 정신적, 정서적 고향에 모이지만 음악제와 음악당, 기념공원 어디에도 그의 이름을 쓸 수 없었다. 분단과 이념대립을 악용한 독재정권의 주홍글씨는 너무도 깊게 패 떼어낼 수 없었던 것이다. 지난 7년 동안 윤이상기념공원은 도천테마파크라는 기이한 이름으로 불리다 지난여름 드디어 이름을 되찾았다. 통영에서 선생의 업적과 공헌이 하나씩 부활하는 중이다. 김정숙 여사가 방독 중 윤이상 선생의 묘소에 참배하고 고향의 동백나무를 식수한 뒤부터는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는 현실이 씁쓸하긴 해도 그래도 반가운 일이다. 여전히 색깔론은 지워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독재정권이 조작한 동백림 사건의 멍에 때문에 선생의 독보적인 문화예술 유산을 계승하지 못한다면 그처럼 무지몽매한 일은 없다.

정치의 천박한 잇속 때문에 민족의 문화예술을 농단하는 일은 이제 끝장내야 한다. 윤 선생이야말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문화예술 살생부의 희생양이었고 그 딸의 블랙리스트가 세상을 뒤흔들고 민족문화예술 역사를 왜곡했다. 윤이상 선생의 이름과 음악을 제자리에 세우는 일이야말로 오랜 적폐를 바로잡는 핵심이다. 그러려면 음악제와 음악당에 윤이상 선생의 이름부터 되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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