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전 임원 고백 "전문성 부족, 정비업체가 시키는 대로 진행…감사보고서도 알리지 않아"

"재개발조합은 정비사업업체 직원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자기 시나리오대로 다 만든다."

수사당국을 통해 창원 재건축·재개발 비리 의혹이 드러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비리 의혹이 끊이질 않는 이유는 뭘까. 마산지역 한 재개발조합 전 임원은 '비리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조합 임원 전문성 부족과 임원을 쥐고 흔드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 조합원 무관심이 맞물린 복합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1일 <경남도민일보> 취재진을 만난 ㄱ 씨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정비업체'를 꼽았다. 그는 2005~2008년 재개발 열풍 당시 정비업체 직원이 마산지역 곳곳에서 추진위원회 구성 바람을 일으켰고, 조합 설립 후 본격적으로 조합을 좌지우지했다고 설명했다. ㄱ 씨는 조합 임원이라도 일반 시민으로서 행정전문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모든 서류·문서 업무처리는 정비업체 직원이 다 맡았다고 했다. 또 정비업체 직원이 이사회·대의원회 안건을 모두 만들고 의결 되도록 추진했다며 "심지어 한 조합에는 정비업체 직원이 구역으로 이사해 임원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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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합성2구역 재개발 사업 반대 집회./경남도민일보DB

조합은 사업관리·이사·경호·철거 등 각종 용역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데, 역시 업계 사정이 밝은 정비업체 직원이 추천한다. 이 과정에서 '부풀리기 계약' 등도 우려된다. 최근 구속된 마산합포구 한 조합장은 철거업체로부터 억대 뒷돈을 받았고, 마산회원구 한 조합 감사도 철거업체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ㄱ 씨는 "하지만 정비업체 직원은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다. 건설사에서 받아 쓴 돈, 각 용역업체 계약금 등 모든 것이 조합장 결재로 이뤄지고, 이는 결국 조합원 부담만 가중된다"고 말했다. 이어 "나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재개발사업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임원들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또 ㄱ 씨는 "총회에서는 교묘하게 '지도'한다. 안건을 상정하고 반대하는 조합원은 손을 들라고 하면 내용도 어려울 뿐더러 조합원들은 서로 눈치만 보다 아무도 손 들지 않았다"고 했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감사 보고서를 사무실에 3개월 동안 비치하고 조합원에게 우편이나 서면으로 알려줘야 하는데 그런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현재 창원은 재개발 20곳, 재건축 34곳 등 모두 54곳(5만 1717가구 규모)에서 정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해제된 구역은 6곳이고, 현재 7곳(7245가구)이 시공 중이다. 창원시는 내년 5월까지 '2020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타당성 검토 용역'을 통해 추진 단계에 이르지 못한 정비구역은 재조정하고, 사실상 추진되지 않는 정비구역은 해제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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