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만 물고기 '한눈에'
김려가 쓴 <우해이어보>
문화적 시선 더해 재조명
이름 유래·저마다 사연
컬러 입힌 사진 '눈길'

경상도 사람들이 대개 '뽈라구'라고 부르는 물고기 볼락. 볼락이란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을까. 물고기 이름은 생긴 모양, 잡히는 시기, 색깔로 지어지는 게 보통이다. 혹은 습성이나 신체 구조적 특징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조선 후기 학자 담정 김려(1766~1822)는 빛깔에 치중했다. 김려는 <우해이어보>에서 볼락을 '보라어(甫羅漁)'라고 소개했다. 옅은 보랏빛을 띤다 하여 아름답다는 뜻인 '보라'를 빗댔다.

<우해이어보>는 김려가 1803년 진해현(현재 창원 마산합포구 진동· 진북·진전면 일원)에서 유배 생활을 하다가 펴낸 어류도감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보다 11년 일찍 저술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광암 해변에서 본 우해 해넘이. /경남도민일보 DB

지역성과 역사성을 따진다면 <우해이어보>는 말할 것도 없이 창원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 가치와 의미에 주목해 박태성 해동문화재 연구원이 <우해이어보의 바다, 마산만의 물고기 이야기>라는 책을 펴냈다.

1962년 창원 사화에서 태어난 박 연구원은 마산만 일대서 생활한 덕분에 풍토와 풍습, 지형, 지리, 계절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물고기들이 친숙하다.

그는 <우해이어보>를 단순히 번역하고 물고기 습성과 생김새, 성장과정을 기술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김려의 바다체험에 그의 기억을 더했다.

'꼬시래기'라고 불리는 문절망둑을 통해 봉암 꼬시래기 횟집들을 추억하고, 70, 80년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쥐치포를 생산했던 삼천포 쥐포공장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 옛날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과 지역이 보태져 더욱 풍성하고 생생하게 와 닿는다.

어려운 한자로 쓰인 생물 이름을 현대적으로 쉽게 풀이한 점도 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다.

'석하돈'으로 기록된 복어, '도알'로 소개된 도루묵, 정강이의 원어인 '원앙' 등 이름의 유래와 저마다 품은 사연이 흥미롭다.

<우해이어보의 바다 마산만의 물고기 이야기> 박태성 해동문화재 연구원

박 연구원은 글과 함께 실린 사진은 마산 어시장에서 직접 발품 팔거나 부경대 자원생물학과에서 분양한 물고기 표본을 대상으로 촬영했다. 컬러를 입혀 글로 다 전하지 못한 실체감을 느낄 수 있다.

앞서 과학적, 언어학적 관점으로 나온 세 권의 번역본보다 좀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유다. 문화적 시선으로 딱딱한 전문서적의 느낌을 탈피했다.

지난 24일 열린 조촐한 출판 기념식에서 박 연구원은 "봉암 가까이 살았던 어렸을 때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냈다. 어찌 보면 에세이나 자료집, 번역서라고도 볼 수 있다. 한편으론 행복한 추억 여행을 한 것 같다"고 책을 펴낸 소감을 말했다.

지난해 이정용 선생의 <우해이어보의 어류 갑각류 패류 이름 연구>에 이어 이번 책자를 발간한 임영주 마산문화원장은 발간사를 통해 "지역문화 발굴 사업으로 매년 <우해이어보> 관련 학술행사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로 우해(진동만 일원)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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