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마산의 아파트 재건축 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른 재건축조합 대표와 시의원 등이 구속된 사건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적폐의 실상을 낱낱이 보여준다. 조합 대표는 조합자금을 빼돌리거나 시공사와 철거업체로부터 부당한 돈을 받았고, 전직 시의원은 시공사 간부가 조성한 비자금 1억 3000만 원을 가로챈 혐의가 이 사건의 핵심이지만, 범죄 그물에 얽힌 사람들의 층위는 매우 폭넓다. 이번에 구속된 재건축조합 대표와 전 마산시 의원을 포함하여 재건축조합 총무, 시공사 임원 등 처벌된 이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정치인까지 가세한 주택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전방위적인 불법과 비리 실태를 알 수 있다.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에서 불법이 판치면 분양가 상승으로 입주민들에게 고스란히 손해가 전가될 수밖에 없다. 가장 큰 피해자는 원치 않는 재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서민이다.

만연한 재건축·재개발 비리는 어제오늘 나온 것이 아니다. 2015년 창원지방검찰청은 창원과 부산의 재건축 비리에 관한 기획수사를 통해 창원시 공무원과 조합장 등 8명을 구속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공무원과 조합 임원, 도시정비업체, 시공사 및 철거업체 등 재건축·재개발과 관련한 모든 업자들이 상호 부패의 먹이사슬 고리로 얽힌 점을 적발했다. 창원과 부산은 수십 년 된 노후 아파트가 많은데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지역이다. 특히 2015년 당시 재개발 지역 27곳과 재건축 지역 29곳이 지정된 창원시는 재건축과 재개발의 이권을 둘러싼 비리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전국적으로도 재건축 비리가 터져 나오는 것은 없던 비리가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 들어 이전 적폐가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가 조성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올해 안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낼 예정이며, 내년부터는 몇 차례 유예되었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시행된다. 지자체가 재건축과 재개발 지역을 꼼꼼히 선정하고 비리 전력 공무원, 조합장, 시공사 등은 재개발 사업에 관여할 수 없게 하는 등 강력한 법 개정을 기대한다. 무엇보다 원주민들의 의사가 재개발 과정에서 가장 크게 반영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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