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정원·법무부·국방부가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감사결과를 놓고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이라는 전혀 성격이 다른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말 그대로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식의 일방적 주장이나 평가만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치적 해석은 영남지역의 민심을 끌기 위한 정치적 책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먼저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기 전까지 영남지역의 정치지형은 보수적 성향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중간에 붕괴하면서 정치지형 역시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즉, 보수독점이라는 지역적 특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자유주의 정치진영의 우세라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지형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급격한 정치지형의 변화는 이른바 숨 고르기를 위한 조절기를 필요로 한다. 바로 이 국면에 대한 해석은 정치진영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전체 유권자의 3분의 2 이상이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지한다고 밝히는 가운데 지지도가 오차범위 내에서 미세하게 변동하는 걸 두고 확대 해석할 필요는 전혀 없다. 매주 발표되는 통계적 수치의 미세한 변동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흐름과 추세에 주목하면 그만이다. 자신들이 몸담은 정치진영에 따라 희망만 앞세우는 소망기대를 근거로 한 정치적 해석은 사실관계마저도 오도하면서 착각과 혼돈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지난 정부가 불법적으로 저지른 행위들은 시간의 흐름이나 권력교체라는 사실과 무관하게 정확하게 밝히고 처벌해야 한다. 왜냐면, 법질서를 무시한 권력의 오·남용은 궁극적으로 공동체의 뿌리를 갉아먹는 행위일 뿐이고 이런 잘못을 수정하고 바꾸지 못하면 사회는 해체될 수밖에 없다. 개인이 아닌 사회적 범죄행위는 무관용이 원칙이다. 범죄자들이 여전히 혜택을 누리는 사회는 권력 정당성과 법적 형평성을 논하기 이전에 사회의 미래가 의심스러울 뿐이다. 지난 정부의 범죄행위를 놓고 정치보복이라고 말하면서 보수적 정치진영의 세 결집을 꾀하는 행위는 분명히 정당하지 않다. 지역여론을 핑계로 이젠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우둔함과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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