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가야 부족국가 각자 체제 지키며 발전
가야사특별법, 민주·분권 완성의 토대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가야사 복원을 천명한 이후 가야사는 이제 그 중심 무대인 경남의 주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 주도로 가야사 복원 특별법이 국회에 제출되었고 경남도는 가야사 관련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많은 1조 4000억 원의 예산을 국회에 청구하였다. 경남도로서는 가야사 복원을 통해 도래하는 지방분권시대의 지역 정체성의 뿌리를 확고히 할 수 있고 지역발전의 모태가 될 문화유산을 드러낼 기회를 맞은 셈이다.

그러나 가야사 복원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부족국가연맹체로서 적어도 500년 이상 고유한 체제를 유지하며 발전한 점이다. 비록 신라에 의해 최후를 맞이하긴 했으나 광개토대왕의 남정 이전까지 오히려 신라를 호령한 그 위세는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으나 부족국가연맹체로서의 장점이 발휘된 결과일 수도 있으며 오늘날 지방분권의 좋은 공부거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부족국가는 몇 개의 씨족이 모인 연합체로 고대국가 형성 이전의 기초적 형태를 말한다. 가락국과 수로왕 탄강 설화는 부족국가 형성의 한 전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9간이 모여 하늘의 말씀으로 노래하고 춤추는 신화적 요소를 제거하면 간단히 아홉 개 씨족 집단이나 부족집단 전단계의 족장들이 자신들을 대표하여 다스릴 임금을 뽑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알이 여섯 개가 나와 6가야로 나누어 다스렸다는 것은 6가야 체제로 발전한 뒤 만들어진 이야기일 가능성이 농후하며 수로왕 세력이 무력으로 9간을 제압했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강력한 왕권으로 통합되는 것이 아니라 각 부족이 나름대로 체제를 가지고 발전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가야부족연맹체 국가들이 자리 잡은 지리적 위치이다. 이들은 주로 낙동강 등 강 연안을 중심으로 터전을 삼았다. 고성의 소가야는 강은 없지만 고성만으로 바다와 통할 수 있었다. 자연히 그 터전이 좁을 수밖에 없었고 고유한 체제를 유지하면서 발전하는 것이 그 지리적 이점을 취하는 것이 되었다. 가야부족연맹체 국가들은 또 강과 해양문화가 주를 이루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다른 부족을 힘으로 제어하여 통합하지 않고 교류와 협력을 통해서 같이 발전하는 길이 그들 앞에 놓여 있었다. 강력한 힘을 쌓을 터전도 없고 그렇게 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았다면 굳이 고대국가로 발전하여 중앙통제적인 체제로 이행할 이유도 없다.

우리는 역사를 배우며 국가는 힘이 세어야 하며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지배해야 위대한 것으로 각인이 되어 있다. 인류 역사는 그런 관념 때문에 국민국가로 발전하였고 제국의 형태로 탈바꿈하여 국민을 전쟁 속으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은 수백 년 아성을 구축한 국민국가가 해체까지는 아니더라도 내부적으로는 민주주의와 시민사회로 나가고 있다.

가야가 고대국가로 발전하지 못하고 부족연맹체에 머물다 역사의 뒤안길로 묻혔다고 하더라도 그 가치가 퇴색되지 않는다. 아테네는 유럽의 한 점에 불과했으며 그리스 제국은 수십 개의 도시국가로 쪼개져 있었으나 민주주의를 꽃피웠고 오늘날 인류사회발전의 모태가 되었다.

기록이 빈약하고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가야 연맹체가 연대와 협력으로 대륙세력결집체로 발전한 신라와 겨룬 것은 그리스 도시국가들이 페르시아와 맞서는 것과 너무도 흡사해 보인다. 다른 점은 가야는 멸망했다는 것뿐이다. 가야사 복원은 시의 적절한 국정과제이며 가야사 특별법은 그것을 완성할 수 있는 토대이다. 경남이 민주주의와 지방분권시대의 역사적 뿌리를 제공하며 모범적으로 발전하는 것도 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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