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에

눈사람처럼 커지고 싶던 그 마음 내 마음

아름다운 시절은 꽃잎처럼 흩어져

다시 올 수 없지만 잊을 수는 없어라

꿈이었다고 가버렸다고

안개속이라 해도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에

눈사람처럼 커지고 싶던 그 마음 내 마음

꿈을 짓던 시절은 눈물겹게 사라져

어느 샌가 멀지만 찾아갈 수 있겠지

비가 온다고 바람 분다고 밤이 온다고 해도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에

눈사람처럼 커지고 싶던 그 마음 내 마음

랄라라 랄라라 랄라라라 랄라라라라 라라라

랄라라 랄라라 라라라라 랄라라라라 라라라

가수 이용복이 부른 <어린시절>이란 노래 가사다. 그 시절엔 동네 도랑도, 제법 큰 강도 참 맑고 깨끗했었다.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도 볼 수 있었다. 학교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성급한 아이들은 책가방 던져 놓기 무섭게 물속으로 첨벙 뛰어들었다. 물이 무서운 아이들은 모래 장난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놀았다. 어둑어둑 해 질 무렵이 다가오면 갑자기 무서움이 엄습해왔다. 배도 고프고 숙제 생각도 난다. 이제 엄마한테 혼날 일만 남았다. 주섬주섬 옷가지며 책가방 챙겨 집으로 돌아오는데 개똥벌레 불빛이 보인다. 어른들 말로는 개똥 밑에 살아서 개똥벌레란다. 공휴일엔 동무들과 어울려 물고기 잡으러 도랑으로 나선다. 소쿠리도 챙기고 족대도 챙긴다. 급조해 만든 어항 속엔 된장도 한 움큼 떠 넣는다. 어른들은 이런 아이들 모습 보며 "눈먼 고기 많이 잡아 오거라" 너털웃음 지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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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천천. / 윤병렬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

도랑 치며 가재 잡던 그 시절 이야기는 이젠 그야말로 꿈같은 일이 되고 말았다. 꼬불꼬불 논두렁 옆을 흐르던 자연하천은 콘크리트 구조물로 바뀌었다. 직선으로만 내달려 물살이 빨라진다. 세월이 많이 흐르긴 했지만 그새 그 많던 물고기들은 거의 다 사라지고 말았다. 논이며 도랑에 지천으로 널려있던 미꾸라지도 붕어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물질적 풍요는 누리게 된 반면 그 시절의 아련한 추억들은 머릿속에만 남게 되었다.

더욱 기가 막힐 일은 어린 시절 추억을 지우는 일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끊임없이 농수로를 정비하고 강을 파헤친다. 그런 와중에 멸종위기에 이르거나 절멸되는 어류의 숫자가 너무도 많다. 거제도에만 사는 물고기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거제도에서만 볼 수 있는 어류는 남방동사리다.

남방동사리는 거제도의 산양천, 구천천 수계에만 서식하고 있다. 산양천 수계의 산양, 유천, 연담, 평지마을과 구천천 수계의 구천, 삼거마을을 벗 삼아 수만 년 세월 동안 생명력을 유지하며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남방동사리는 1998년에 처음 발견되었다. 이후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멸종 위기 1급에 해당하는 어류들로는 감돌고기, 꼬치동자개, 미호종개, 얼룩새코미꾸리, 여울마자, 임실납자루, 퉁사리, 흰수마자 등이 있다. 멸종위기 2급으로는 가는돌고기, 가시고기, 꺽저기, 꾸구리, 다묵장어, 돌상어, 모래주사, 묵납자루, 백조어, 버들가지, 부안종개, 열목어, 좀수수치, 칠성장어, 한강납줄개, 한둑중개가 있다. 모두 법적 보호를 받는 종들이다. 쉽게 말해서 천렵하던 옛 추억 떠올리며 잡아먹어서는 안 되는 물고기들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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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밖 남방동사리. / 윤병렬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

1급은 개체 수가 현저하게 감소해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 2급은 가까운 장래에 멸종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야생 동·식물을 말한다. 불법으로 포획ㆍ채취하다 적발될 경우에는「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1급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 벌금. 2급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게 된다.

멸종위기 1급에 해당하는 남방동사리는 하천의 중상류에서 하류까지 웅덩이를 중심으로 서식한다. 특히 바닥이 진흙이나 모래, 자갈로 이루어진 곳을 좋아한다. 낮에는 바위나 풀숲의 그늘, 풀뿌리 근처, 돌 밑, 나뭇잎 아래에 숨어 지내고 주로 밤에 나와서 먹이활동 한다. 작은 물고기, 수서곤충 같은 동물을 잡아먹는데 꼭 살아 있는 것만 먹는다. 자기 몸의 절반 정도 크기도 몇 시간에 걸쳐 삼키는데 죽은 물고기는 입에 갖다 대 줘도 먹지 않는다고 한다.

산란하는 시기는 4월부터 8월쯤이다. 특이한 것은 산란기 때 수컷이 보이는 행동이다. 수컷이 큰 돌 밑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낙엽이나 나뭇가지를 물어내고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나면 암컷이 다가와 노란 알을 1층으로 낳아 붙인다. 알을 낳고 나면 수컷은 암컷을 쫓아낸다. 새끼들이 알에서 나올 때까지 수컷이 지킨다. 자신은 먹지도 않고 알 지키는 일에만 몰두하는 강한 부성애를 보인다고 한다. 익히 알고 있는 가시고기의 부성애에 버금가는 물고기가 바로 남방동사리다.

남방동사리와 생김새가 거의 비슷한 물고기로 동사리가 있다. 동사리는 우리나라 고유 어종으로 <난호어묵지>와 <전어지>에서는 좀처럼 둑 밑에 엎드려서 움직이지 않는 특징 때문에 둑지게라는 이름으로 불렀다고 한다. 산란기에는 수컷이 '구구, 구구' 하는 소리를 내기 때문에 구구리나 꾸구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몸이 전체적으로 길고 원통형이며 뒷부분으로 갈수록 옆으로 납작해진다. 머리는 위아래로 납작하고 주둥이가 짧은 편이다. 입이 크며 아래턱이 위턱보다 길다. 눈은 몸에 비해 작고, 옆줄은 없으며 아가미덮개 뒤쪽에 크고 둥근 가슴지느러미가 있다. 몸 양 옆면에는 3개의 뚜렷한 갈색 무늬가 있으며 지느러미를 가로지르는 검은색의 띠가 여러 개 있다.

동사리와는 달리 남방동사리는 거제도에만 산다. 아주 옛날 빙하기 무렵에는 거제도 수계와 일본 수계가 지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거제도에 있는 계룡산과 북병산의 남쪽 하천. 산양천, 구천천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물고기로 살아온 것이다. 일본에는 혼슈 서쪽 지역과 규슈 지방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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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양천. / 윤병렬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

이런 남방동사리에게 위험이 닥쳐왔다. 230억에 달하는 거액을 들여 재해 예방 공사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15년 전에 제방 공사를 했던 곳인데 또다시 공사한단다. 산양천 주변에 있는 농경지와 사람 사는 곳을 홍수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함이다. 이런 공사가 거제도에서만 시행되는 건 아니지만 수질 오염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멸종위기에 처한 남방동사리 입장에선 기가 찰 노릇이다. 거제도 산양천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시행하고 있는 하천 공사 때문에 날이 갈수록 하천에 서식하는 물고기들은 씨가 말라가고 있다. 대부분의 제방 공사는 둑을 높게 쌓아 올리고 하천 바닥을 긁어내 보기에만 깨끗한 하천으로 만들어 버린다. 직강화된 하천이나 강은 오히려 물살이 세져 홍수가 났을 때 주변 농경지나 가옥에 더 큰 위험 요소로 다가온다는 사실은 알고도 눈 감아 버리는 듯하다.

댐이나 보를 건설하는 것도 강바닥이나 여울에 서식하는 어류들에게는 치명적인 위협 요인이다. 4대강 사업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의 작은 하천들도 마찬가지로 보를 만들고 하상을 직강화하고 평탄화시키고 있다. 어떤 곳들은 아예 어떤 물고기도 살기 힘든 곳으로 만들기도 한다. 날로 가속화 되고 있는 수질오염과 수온 상승도 문제다. 돌이나 콘크리트 구조물로 제방을 높이는 과정에서 나무와 숲, 풀을 제거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배스, 블루길 같은 외래 어종의 도입도 토종 물고기들 입장에서는 엄청난 문제가 된다. 외래어종은 1960~ 1970년대 무렵 내수면 수자원 증강을 위해 도입되었다고 한다. 1980년대 이후에는 대규모 인공호, 저수지, 제방, 수중보의 축조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된 환경에서 더욱 빠르게 성장하며 서식처를 넓혀 나갈 수 있는 외래어종의 증가는 토착 물고기 입장에서는 총을 든 외국 깡패들 만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자칫 잘못하다간 소중하고 예쁜 우리 토종 물고기들을 도감에서나 보게 될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남방동사리를 사랑하는 거제도 아이들이 5행시를 지었다. 미래 세대를 살아갈 아이들의 염원이 듬뿍 묻어난다.

남: 남방동사리는 멸종위기 1급인 소중한 물고기입니다.

방: 방어해주세요. 이 남방동사리가 있는 곳은 산양천. 거제의 보물인 이 물고기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동: 동물원에서도 볼 수 없는 이 물고기를 보호하고 아낍시다.

사: 사람들이 아직 이 물고기에 대해 잘 모를 겁니다.

리: 리본! 이 물고기의 특징은 리본입니다. 머리 위에 검은 리본 모양이 있는 물고기라는 남방동사리일 겁니다. 이 물고기를 아끼고 잘 살아가도록 응원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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