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치, 더 바닥을 찍어야 한다

김해 출신의 권통일(45) 보좌관은 예사롭지 않은(?) 이름답게 직함이 많다. 여의도 경남 출신 모임(여경회) 회장, 자유한국당보좌진협의회 회장 등이 그것이다. 권 보좌관은 "이름이 분명 제 삶을 움직인 측면이 있다"며 "국회 보좌관은 정책 개발과 행정부 견제·비판 등을 통해 우리 사회 모순과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보람 있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이름이 '통일'이니 당연히 정치외교학과로

Q. 김해 출신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김해시 한림면 가산리 신전부락에서 태어났습니다. 김해에서 초·중·고(가산초·한림중·김해고)도 나왔구요. 그 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를 다녔고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정치외교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원래 이름은 권통욱(權統旭)이었습니다. 안동권씨 39대손이라 아홉 구(九)가 들어간 욱(旭)자가 돌림자였습니다. 동생뿐만 아니라 사촌들도 다 욱(旭)자 돌림입니다. 그런데 태어나기 며칠 전인 1972년 12월 5일 당시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아버지 선배가 미역을 들고 와서는 통일이라고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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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통일 권성동 국회의원 보좌관. / 고동우 기자

Q. 이름에 사연이 많네요. 국회의원 보좌진 생활은 언제부터 했나요. 학교 다닐 때부터 할 생각이 있었던 겁니까?

"이름이 '통일'이니 당연히 정치외교학과를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중학교 때 학생회장을 하는 등 이름이 분명 제 삶을 움직인 측면이 있습니다. 국회에 처음 들어온 건 대학원 졸업 무렵인 2000년이었는데 국회 한국의회발전연구회 연구원으로서였습니다. 연구회에 대학원 졸업생을 대상으로 의회 연수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현재의 인턴 제도가 있기 전에는 국회 입문 창구였고 이 연구회 출신이 보좌진으로 많이 진출해 있습니다. 국회의원도 있구요."

Q. 꽤 오랜 시간 보좌진 생활을 했네요. 보좌진 일이 적성에 맞았다, 보람이 있다고 보면 되는 건가요?

"보좌관도 하나의 직업이자 생활인입니다. 예전에 비해 인적 구성도 다양해지고 전문성을 갖춘 특수 전문직이 되고 있습니다. 국회 보좌관은 정책 개발과 행정부 견제·비판, 그리고 입법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직면한 모순과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국가 발전에 일익을 담당한다는 성취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입니다."

Q. 보좌관으로서 업무 철학, 소신, 원칙 같은 게 있다면?

"백조는 호수 위를 우아하게 유영하지만, 물속에서는 정말 열심히 발길질을 합니다. 국회의원이 호수 위 백조라면 보좌진은 물밑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백조의 발이 아닐까요? '의회를 움직이는 것은 국회의원이지만, 그 의원을 움직이는 것은 보좌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의원과 보좌진의 관계가 변하고 있습니다. 예부터 유능한 지도자 곁에는 늘 그를 보좌하는 훌륭한 참모가 있었습니다. 유비의 제갈량이 그랬고, 칭기즈칸에게는 야율초재라는 참모가 있었습니다. 단 참모는 지도자의 친구가 되기도 하고 조언자가 되기도 하지만, 결코 자신을 앞세워서는 안 됩니다."

Q. 이제까지 어떤 국회의원을 보좌했나요. 이주영 의원 등 경남지역 의원 보좌진 생활도 한 것으로 아는데요.

"2000년 16대 국회에서 당시 경남 창원 을을 지역구로 둔 이주영 의원 비서관을 했습니다. 하지만 17대 총선에서 당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에게 패했죠. 그때 대학원 박사 수료를 했고 또 부산 수영구 출신의 박형준 의원 보좌관을 했습니다. 청와대 정무수석과 국회 사무총장 등도 지낸 분이죠. 18대 국회에서는 의사협회 회장 출신이자 성남 중원구가 지역구인 신상진 의원 보좌관으로 일했고 19대부터 강원 강릉 출신이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권성동 의원 보좌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으로 따지면 '5선 국회의원'인 셈이죠."

Q. 가장 기억에 남는 국회의원이 있다면? 특히 이주영 의원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이주영 의원은 합리적인 분이죠. 지금도 계속 교류하고 있구요. 저희 의원실 바로 옆방입니다. 박형준 의원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당대 최고의 국가 비전 전략가이고 책사라고 생각합니다."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혁신 운동에 동참

Q. 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 등 보수정당 보좌진 생활만 계속 해왔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겁니까?

"말씀드린 대로 안동권씨, 즉 보수적인 집안에서 태어났고 성장했습니다. 대학 때 ROTC(육군학생군사학교)에 들어가기도 했고 박사과정 때는 뉴라이트전국연합 기획팀장으로 보수혁신 운동에 동참했습니다. 사실 2002년 대통령선거 때 노무현 후보 측으로부터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노 후보가 아버지 중학교 후배였거든요. 하지만 저랑 코드가 안 맞아 못간다고 했죠. 저는 자유한국당이 국가안보, 자유와 책임, 공동체 정신, 국민통합 등 보수의 가치를 새롭게 정립해 국민과 공유하고 확산시켜 나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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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국회에서 부모님(가운데), 권성동 의원(맨 오른쪽)과 함께. / 권통일 씨 제공

Q. 현재 권성동 의원을 보좌하고 있는데 주력하는 업무는 뭔가요.

"법사위 업무와 관련해 각종 협조 요청과 조정 등을 일상적으로 하고 있구요, 내년 2월 9일 시작되는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성공적 개최 및 사후시설 관리·활용 방안 등도 주요 관심사입니다. 법사위는 법률 제·개정과 관련해 각 상임위 심사안을 모두 다루게 되어 있어 일종의 '상원' 역할을 합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설상 경기는 평창에서 열리고 대한민국 메달밭인 빙상경기는 강릉에서 치러집니다. 대회 지원을 위한 법·제도 정비와 예산 확보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Q. 권성동 의원은 지난해 당시 새누리당을 탈당했다가 대선 전 한국당으로 복당을 했습니다. 이 경우 보좌관도 함께 움직이게 되는 건가요? 혼란스러울 것 같습니다만….

"제 의지와 상관없이 처음으로 탈당하고 복당을 했습니다. 바른정당은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이 탈당해 창당했습니다. 새누리당은 소속 의원들이 주류(친박계)와 비주류(비박계)로 갈려 갈등이 내재해 있었습니다.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찬성한 새누리당 의원 29명이 바른정당을 만들었는데 제가 모시는 권성동 의원도 이때 탈당을 했고 또 법사위원장으로서 탄핵 소추위원으로도 활동했습니다."

자유한국당, 더 가열하게 혁신해야

Q.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나름 보수 혁신을 위해 애쓰고 있는데 잘될 거 같습니까? 보수정치에 희망이 있는 것 같나요?

"더 바닥을 찍어야 할 거 같아요. 친박 청산 등을 하고 있는데 더 가열 차게 혁신해야 한다고 봅니다. 당 인적구조, 정책 방향도 확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사람이 많이 들어와야 해요. 쉽지는 않겠죠. 내년 지방선거 전에 보수대통합이 꼭 이루어져야 합니다."

Q. 여의도 경남 출신 모임(여경회) 회장, 한국당보좌진협의회(한보협) 회장 등 맡고 있는 직함이 많습니다.

"2013년 5월 결성된 여경회는 경남 출신 국회 보좌진, 국회사무처 직원, 당직자, 국회 출입기자, 기업 관계자 등 130여 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대구·경북과 강원 등 타지역 국회 모임보다 늦게 출발했지만 지금은 어느 곳보다 활발합니다. 고향 선후배 간에 친목도 다지고 정보도 교류하고 경남도 발전 방향도 함께 논의하고 있습니다. 제가 본의 아니게 5년째 회장을 연임 중입니다. 한보협 회장도 원해서 된 건 아니었어요. 출마자들이 경력이 얼마 안 됐거나 연임 문제가 걸려 제가 원로들로부터 추천을 받았습니다. 1990년 결성된 한보협은 당 소속 의원실 인턴부터 보좌관까지 한국당 책임당원으로 100% 구성돼 있습니다. 보수의 위기 속에 한국당이 9년 만에 야당이 된 엄중한 시기에 이런 자리를 맡게 돼 어깨가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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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자유한국당보좌진협의회 회장 선출 후. 오른쪽에서 다섯 번째가 권통일 보좌관. / 권통일 씨 제공

Q. 지난 2006년 김해에서 경남도의원 출마도 했던 것으로 압니다. 직접 정치에 나설 뜻도 있는 건가요?

"당내 경선에 나갔는데 공천을 못 받았습니다. 여론조사에서 1등을 하는 등 분위기는 좋았는데 지역 공천 여성 할당제에 막혔습니다. 당시는 보좌진 생활을 잠시 쉬고 있을 때인데 배운 게 많았습니다. 멋모르고 덤비면 안 될 거 같아요. 지금은 국회 보좌관으로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고, 혹시 기회가 된다면 고향을 위해 일하고 싶은 생각은 여전히 있습니다."

Q. 고향 또는 경남은 자주 오가는 편인가요?

"친가(한림면)와 처가(진영읍) 모두 김해입니다. 설과 추석 때, 집안에 경조사 있을 때 가고 있습니다."

Q. 보좌관 일 외 관심 있는 분야나 취미 같은 게 있다면?

"서예를 합니다. 어릴 때 시작해 학교 때도 꾸준히 했고 대학에서도 묵향이라는 서예동아리 활동을 했습니다. 요즘도 국회 동아리인 서도회 멤버로서 도서관에서 가끔 쓰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삶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잘 먹고 잘 살고 현재 일을 최선을 다하는 겁니다. 보좌관 생활을 계속할 수는 없고 행정사 자격증을 따 미래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대학이나 연구원 등에서 강의를 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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