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흔적 1호 아파트'가 탄생했다는 메일을 받고서 창원 용지아이파크로 향했다. 30년 넘게 용지 주공 2단지 아파트가 있던 곳. 개인적으로 1년여 만에 창원을 찾았을 때 가장 놀랐던 곳이기도 하다. 버스 창문에서는 맨 꼭대기 층이 보이지 않는 높다란 아파트를 보고서 나도 모르게 짧은 탄식이 나왔다.

바로 이곳에 '창원 최초 기름보일러 아파트', '물이 좋아 지하수를 먹었던 음수대' 등을 남겼다. 30년 삶의 자취가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까만 벽돌에 '용지 2 아파트'라고 새겨진 입구석은 먹먹했다. 창원시가 도시재생의 하나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시가 조례로 만든 '마을흔적 보전 계획'에는 건조물, 장소, 자연, 유적, 마을이야기 등을 중심으로 주민을 최소 10명 이상 만나 인터뷰하고 옥내·옥외공간에 조화롭게 연출하라고 명시돼 있다. 기준사업비는 1000분의 2 이상으로 산정했다.

그런데 우려가 벌써 나온다. "건축비의 1%를 미술품으로 내놓아야 하고, 별도로 마을 흔적에도 예산을 써야 한다. 돈 부담이 커지니 이를 뭉개 진행하려고 하더라. 그러면 질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시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라면 예산 부담을 덜어주면 좋겠다. 그래야 앞으로 마을 흔적이 제대로 보존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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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이 지면을 통해 삶과 사람 냄새 났던 공간을 우리가 견디지 못한 인내심 탓에 허물어버림을 말한 적 있다. 재개발·재건축으로 한때 잘나갔던 아파트들이 하루아침에 폐기물이 되어버리고 불과 몇 달 사이에 달라지는 도시 정체성을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오늘 다시 도시의 정체성을 살리려는 마을 흔적 사업을 말한다. 우려와 불안을 딛고 창원에서 잘 뻗어나간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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