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수부터 등록까지 가능, 사립유치원 대부분 불참…"반쪽 출발·서열화"우려

교육부가 유치원 입학관리시스템인 '처음학교로'를 올해 전국으로 확대 시행한다. 처음학교로는 어린 자녀를 원하는 유치원에 입학시키고자 학부모들이 밤새 줄지어 대기하는 폐단을 막고자 도입됐다. 하지만, 도내 유치원생 77%를 수용하는 사립유치원이 "지역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모집 방법"이라며 사실상 참여를 거부해 반쪽짜리 출발이 됐다.

◇'처음학교로'란 = 처음학교로는 유치원 유아 모집을 위한 원서접수, 선발, 등록 등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유치원 입학 맞춤형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서울·세종·충북 3곳에서 시범운영하다 올해 전국으로 확대 시행한다.

처음학교로는 경남 모든 공립유치원과 희망하는 사립유치원 유아 모집에 활용된다. 학부모는 이 시스템을 이용해 입학 희망 유치원 세 군데까지 원서를 낼 수 있다. 또 원서접수, 선발결과 확인, 등록 등 유치원 입학 관련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처음학교로는 11월 1일 개통되며 특수교육대상자와 법정 저소득층 등 우선 모집 대상자와 일반모집 대상자 원서접수는 다음 달 6일과 22일 각각 진행된다.

◇사립 유치원 불참 = 도내 418개 공립유치원은 100% 참여했지만, 사립유치원은 도내 268곳 중 30일 현재 2곳만 처음학교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경남지부는 불참 이유를 세 가지로 들었다. 먼저 사립유치원은 설립자, 경영자 교육 신념에 따라 교육과정이 특성화돼 있고 이를 기준으로 학부모가 선택하지만, 일률적인 모집·선발 시기와 절차·방법은 사립유치원 자율성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또 사립유치원이 국공립보다 적은 지원을 받는 가운데, 입학에서부터 교육비가 저렴한 국공립유치원과 경쟁에서 밀려 '유치원 서열화'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처음학교로 시스템은 일부 도시(서울·세종 등) 단설 유치원 과열 현상을 없애고자 도입돼 지역 사정과도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도서·벽지 지역 국공립 유치원 미달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안내를 통해 처음학교로 신청을 권하되 컴퓨터 활용이 미숙한 학부모는 현장 접수 후 유치원에서 대리 신청하게 된다. 조손가정 등에서는 기존 방식대로 입학신청서를 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학부모 불편 여전 = 학부모들은 처음학교로를 통해 3곳 유치원 입학 지원이 가능하지만 경쟁률이 치열한 공립 유치원 입학을 보장할 수 없다. 도내 공립 유치원 수(410개)는 사립 유치원 수(268개)보다 많지만 학급 수나 규모 면에서는 전체 23%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중이 큰 사립 유치원 불참으로 공립 유치원에서 탈락하게 되는 많은 학부모는 여전히 현장 접수와 추첨 과정을 다시 밟아야 한다.

6세 딸 유치원 입학을 준비하는 ㄱ(37·창원시 의창구) 씨는 "3곳을 지원할 수 있다고 하지만 집과 가까운 병설유치원 외 차로 등하교시켜야 하는 먼 거리 공립 유치원을 희망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탈락을 대비해 사립유치원 입학 모집 시기와 정보까지 파악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결정으로 사립유치원 처음학교로 불참은 전국 시·도 모두 같은 상황이다. 공립부터 시스템이 안정되고 학부모로부터 편리함을 인정받고 하면 내년에는 사립유치원을 더 독려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