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은 내 삶의 활력소”

지난해 6월 마산YMCA에서 책 읽어 주는 문화봉사단 '달보드레'가 출범했다. 달보드레는 22명의 경남 도내 50대 이상 은퇴자, 예비 은퇴자들로 구성돼 있다. 지역아동센터, 노인요양시설, 장애인시설 등을 방문해 책을 읽어 주는 봉사를 하고 있다. 달보드레란 이름은 문화봉사를 '달달하고 보드랍게' 하자는 의미로 지었다고 한다. 이 문화봉사단을 이끄는 사람은 김태조(63) 회장이다. 창원 한 카페에서 2년째 달보드레를 이끌고 있는 김태조 회장을 만났다.

고등학생때부터 시작한 봉사활동

카페에 들어서니 김 씨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환한 웃음으로 기자를 반겼다. 자리를 잡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첫 질문으로 학창시절에 대해서 질문했다.

"옛날에는 동네마다 중학교도 가지 못한 아이들이 많았어요. 교육보다는 먹고사는 게 먼저인 시대였죠. 방학을 맞아 고향으로 내려온 대학생 오빠들이 아이들에게 국어, 영어, 수학 등을 가르치곤 했어요. 그때 저는 고등학생이었는데 가정 과목을 맡아서 가르치라고 하더라고요. 마침 학교에서도 수업을 듣고 있어서 어려움 없이 가르쳤습니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돌이켜보니 그때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 같네요."

123.jpg
▲ 김태조 책 읽어 주는 문화봉사단 달보드레 회장. / 박성훈 기자

김 씨는 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에 있던 한 무역회사에 취직했다. 창원에는 어떻게 오게 됐을까?

"회사를 몇 년 동안 다녔어요. 결혼해서도 1년 정도 일을 하다가 아이가 생겨 그만뒀습니다. 남편 회사 때문에 마산으로 왔어요. 벌써 30년이 지났네요."

시간이 흘러 아들이 결혼을 하게 됐다. 그쯤 김 씨는 '동화구연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태어날 손자들을 위해서였다.

"손자들에게 동화책을 재밌게 읽어주는 할머니. 생각만 해도 멋있지 않나요? 바로 실행에 옮겼죠. 동화구연을 배우고 나니까 마산회원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해보자는 섭외가 들어왔습니다. 그때가 6년 전인데요. 지금까지 마산지역 아동센터, 장애인센터 등에서 책 읽어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중 손자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다시 한 번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손자들 이야기를 조금 덧붙일게요(웃음). 제가 해주는 동화구연을 너무 좋아해요. 다른사람이 아닌 할머니가 이야기 해주니까 더 편하고 재밌어 하는 것 같아요. 또 달보드레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 색칠이나 공룡 이름을 먼저 알고 손자들에게 가르쳐줘요. 그러고 보니 봉사활동도 하고 손자들에게 점수도 따고 일거양득이네요. 모든 할머니들이 그럴 거예요. 손자들 생각만 하면 없던 기운도 솟아납니다."

책 읽는 문화봉사단 달보드레

2016년 출범한 달보드레는 단원 모집 당시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꾸준히 동화구연 봉사활동을 해온 김 씨도 간신히 합격했다고 한다.

"같이 동화구연 봉사활동을 하던 선생님이 달보드레 모집 공고를 보여줬습니다. 단원으로 활동하기 위해선 서류전형과 면접도 봐야 했어요. 저도 간신히 들어갔죠. 지원자가 많으니까 봉사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선생님들도 있었거든요. 운이 좋았죠."

앞서 말했듯 김 씨는 달보드레 회장을 맡고 있다. 2년째 달보드레를 묵묵히 이끌고 있는 김 씨는 어떻게 회장을 맡게 됐을까?

"단원들의 추천으로 결정됐어요. 다들 너무 훌륭한 선생님들이에요. 글씨를 잘 쓰는 사람, 시낭송을 잘하는 사람 등 인재가 가득하죠. 봉사활동을 가서 단순히 책만 읽어주고 끝이 아니라 각자의 장기로도 사람들을 기쁘게 해줍니다. 또 상대방을 시기하거나 질투하는 게 아니라 항상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습니다. 이런 단체의 회장을 맡은 것만 해도 부담감이 커요.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해야죠."

123.jpg
▲ 김태조 책 읽어 주는 문화봉사단 달보드레 회장. / 박성훈 기자

책 읽어 주는 문화봉사를 하면서 가장 뜻 깊었을 때는 언제일까?

"봉사활동을 나가면 아이들이 반갑다며 허리를 끌어안아요. 항상 저희를 기다려주고 이것저것 챙겨주고 하거든요. 달보드레에서 하는 일이 참 의미 있는 것 같아요. 특히 문화봉사가 꼭 필요한 소외계층을 상대로 하니까 더 보람차다고 해야 하나? 힘들고 이런 건 전혀 없어요. 더 성장했다고 생각하거든요. 동화구연을 집중해서 들어주고 같이 따라 해 주는 사람들을 보면 도리어 제 삶이 더 풍부해지는 것 같아요."

"내가 배운 만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남을 위해 행동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김 씨가 이토록 봉사활동에 매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했다.

"오래전 한 문화원에서 한문을 배웠어요. 그때 저를 지도했던 선생님이 '내가 배운 만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하셨어요.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죠. 우연히 동화구연을 배우니까 봉사할 기회가 생겼고 선생님 말씀처럼 내가 배운 걸 사회에 환원할 수 있게 됐죠. 그 말씀을 항상 가슴에 새기고 살고 있습니다."

봉사는 삶의 활력소

김 씨가 봉사를 통해서 찾고자 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 물음에 한 마디로 정의를 내렸다.

"봉사는 한 마디로 삶의 활력소 같아요. 하루하루를 무의미하지 않게 해주거든요. 집에만 있었다면 절대 몰랐을 감정들이죠.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고 활동하다 보면 스스로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2017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달보드레는 여전히 바쁘다. 북토크쇼, 김장 나누기 등 남은 일정이 아직 많다. 그러나 김 씨는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즐겁다고 말한다. 언제까지 달보드레 단원으로 활동할 생각인지 물어봤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누군가가 저를 필요로 하는 동안은 멈출 수 없을 것 같아요. 지금 그만둔다면 요즘 말로 '멘붕'에 빠질 것 같거든요. 삶에 커다란 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거잖아요. 하지만 내년에는 달보드레 단원모집 경쟁률이 더 높아질 것 같아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현재는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겠죠?"

123.jpg
▲ 성원지역아동센터 수업. / 김태조 씨 제공

이처럼 도내에 달보드레 단원으로 활동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달보드레 회장으로서 당부해주고 싶은 말은 없을까? 김 씨는 그 무엇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 달보드레 단원이 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가장 먼저 동화구연을 배워야 해요. 단순히 책만 읽어주는 게 아니라 '극놀이'나 '손유희'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반복하다 보면 자신만의 노하우가 생기죠. 봉사정신이 있어야 되는 건 당연하고요. 또 개인의 이익보다는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이런 좋은 기회가 많은 사람들에게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될 봉사활동

달보드레 활동으로도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날을 보내고 있는 김 씨. 시간이 허락한다면 꼭 배우고 싶은 공부가 있다고 한다.

"한문공부를 다시 해보고 싶어요. 한창 공부할 땐 문제집을 풀다가 틀린 한자가 나오면 출판사에 직접 전화하기도 했죠. 그냥 넘길 수가 없더라고요. 저는 정답을 아니까 그냥 실수인가 보다 하고 넘어가면 되지만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잖아요. 출판사 입장에선 교정을 봐주는 거니까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모든 급수 문제지를 주면서 교정을 봐달라고 하는 걸 거절했어요. 시간을 내기가 벅차서 지금까지는 미뤄왔는데 내년에는 꼭 도전할 거예요."

김 씨에게 혹시 다른 꿈이나 목표는 없는지 궁금했다.

"큰 욕심은 없어요. 계속해서 하는 얘기지만 지금처럼 봉사활동을 하면서 살고 싶어요. 남을 돕는 일이 제 운명 같아요. 이거면 만족합니다."

123.jpg
▲ 김태조 책 읽어 주는 문화봉사단 달보드레 회장. / 박성훈 기자

인터뷰는 끝이 났다. 봉사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김 씨를 보며 나부터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바로 일어나기가 아쉬워 몇 마디를 더 나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없는지 물었다. 자리를 뜨는 순간에도 달보드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달보드레가 지금보다 더 활성화돼서 많은 곳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어요."

급하게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이 말을 까먹을 뻔했네요. 사실 그 누구보다 가장 고마운 사람은 우리 남편입니다. 남편이 봉사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추천해요. 처음엔 당연한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배우자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다리가 아파서 잘 움직이질 못하는데 남편이 한 번도 싫은 내색 안 하고 다 운전해주거든요. 이 자리를 빌어 남편에게 모든 공을 돌리고 싶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