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1년을 맞아 시민들이 창원광장에 다시 모여 촛불을 밝힌 것은 다만 그때의 결기와 감격을 되새기기 위함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 광장에 나온 촛불 시민들은 이 나라 민주주의가 아직도 기득권과 일부 정치세력에 의해 제대로 날갯짓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적폐 청산과 정의로운 사회건설을 위해서는 촛불 행진은 중단할 수 없는 시대적 명제라는데 뜻을 같이했다. 무엇이 그들을 다시 광장으로 불러냈는가. 첫 번째는 문재인 정부가 벌이는 적폐청산과 개혁드라이브를 지지하고 힘을 실어주려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구악을 청소하지 않고서는 이 사회에 만연한 부정과 비리, 부패 그리고 파당 정치와 연고주의를 몰아낼 수 없다고 믿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적폐 청산을 통해 원칙과 법치가 확립되지 않고서는 미래가 없다는데 동의하고, 그 동력을 공급하는 에너지원으로서 촛불의 힘을 재확인코자 하는 것이다.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도 따지고 보면 반칙과 독선이 횡행함으로써 누구나, 특히 권력층이 마땅히 기준으로 삼아야 할 원칙이 무너져내린 데 따른 것임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윗선에서 그러니 아랫사람들은 알아서 엎드리고 저 밑으로까지 악순환이 그치지 않는 풍토가 몸에 젖어 결국 국정이 파탄나는 대참사에 이르렀다. 사람 마음먹기 나름으로 지배되는 조직문화가 올바로 설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국민을 보고 정치행위를 해야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한 헌법 정신을 구현할 수 있을 터인데 권력이 더 센 자에게 충성하는 인적 결합체로 어떻게 정의로움을 바로 세울 수 있겠는가.

다시 켜든 촛불은 그러므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부조리 청산 작업을 열렬히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으로 존재 이유를 찾으려 함이다. 그래서 촛불을 꺼트려서는 안 된다고 외치는 것이다. 작은 외침들이 합쳐 우레를 부르고 불가능하다고 판단될만한 변혁을 현실로 만든 것을 모두는 보았다. 그러나 비로소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그것이 마무리될 때까지 촛불은 꺼지지 않고 활활 타오를 기세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손에 손을 잡고, 그리고 눈물까지 글썽거려가며 하는 다짐은 그래서 어제 일처럼 새롭기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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