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하는 도시재생 가능한가] (3) 자치단체가 할 일들
서울 성동구 초기 단계부터 임대료 상승 억제 위해 개입
공무원, 건물주와 1 대 1 매칭 끈질긴 설득으로 협약 성공

"상생협약은 실효가 없죠. 그냥 구두 약속이고. 그리고 집주인이 대부분 여기서 살면서 건물 가진 사람보다는 다른 데 있는 분들이 많아요. 임대료 때문에 쫓겨나는 작가들이 있어요. 그건 뭐 어떻다고 하기에는, 어쩔 수 없죠. 대안을 찾긴 찾아야 하는데…."(도시재생 지역 활동가)

많은 자치단체가 도시재생 과정에서 임대료 상승 문제를 해결하고자 건물주들과 상생협약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협약에는 성공하더라도 이것이 실질적으로 성과를 낸 곳은 거의 없다. 헌법 23조 1항은 모든 국민의 재산을 보장한다고 돼 있다. 이렇게 사유재산권이 보장되는 사회에서 건물주에게 임대료를 올리지 말라고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주변 시세에 따라 임대료를 올리는 것은 법률적으로도, 논리적으로도 정당한 경제 활동이다. 다만, 헌법 23조 2항은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했다. 임대료 상승 억제와 공공복리를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숙제다. 그래서 상생협약은 차라리 끈질긴 설득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길은 한적한 주택가에 젊은이들이 모여들며 변화 가진행중이다. 이 과정에 부동산 가치 상승에 대한 욕망도 꿈틀댄다./이서후 기자

임대료 억제 성공한 성동구

서울 성동구는 2015년 최초로 도시재생 관련 상생 조례를 만든 기초 자치단체다. 그리고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는 상생협약이 나름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성동구는 임시 조직이던 '젠트리피케이션 전담 태스크 포스'를 지난해 상설 조직인 '지속 가능 도시 추진단'으로 개편해 도시재생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성수동 서울숲길, 방송대길, 상원길 3개 권역을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설정해 관리한다. 성수동은 요즘 서울에서 한창 뜨는 곳으로 요 몇 년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공간이 제법 많이 들어섰다. 이 중에 서울숲길은 지구단위계획과 조례를 근거로 8월부터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입점을 제한하고 있기도 하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길에는 대기 업과 프랜차이즈가 입점할 수 없다./이서후 기자

지난 8월 16일 성동구가 발표한 '2017년 상반기 상가임대차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1~6월 임대료 재계약을 체결한 성수동 78개 업체 중 60곳이 임대료를 동결했다. 임대료 동결은 서울숲길, 방송대길, 상원길 등 3개 권역에서 이뤄진 일이다. 성수동에서 가장 유명한 갤러리 겸 카페 '대림창고'를 포함해 수제화 거리는 이미 번화가가 되었기에, 아직 초기단계인 이들 지역에 초점을 맞춘 덕분이다.

"건물 매매가와 임대료가 한껏 오르고 동네를 띄웠던 사회 혁신가, 예술가, 소상인 들이 이미 다 떠나 버린 마당에 뒤늦게 이를 막겠다고 뛰어들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임대료 상승을 막으려면) 징후가 포착되는 단계, 특히 초기 단계에 개입해야 한다. (임대료 안정화 방안을 마련하자는 말에)직원들이 당혹스러워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규정에 따라 행해진 건물주와 세입자 간의 임대차 계약에 구청이 어떻게 개입하느냐, 취지는 공감하지만,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지 않으냐는 반론이 이어졌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2016)

성동구 역시 사유재산권이란 부담을 비켜갈 수 없었다. 건물주들과 상생협약을 추진하고 성과를 낸 데는 간부급 공무원들의 헌신이 있었다.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단시간에 최대한 많은 건물주를 참여시키느냐였다. 십여 명의 건물주만 참여해서는 상생협약이 실효성을 발휘할 수 없다. 할 수만 있다면 서울숲길의 모든 건물주를 참여시켜야 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성동구청 6급 이상 간부급 공무원을 건물주와 1 대 1로 매칭해, 그들에게 상생협약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다."(정원오, 2016)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길은 한적한 주택가에 젊은이들이 모여들며 변화 가진행중이다. 이 과정에 부동산 가치 상승에 대한 욕망도 꿈틀댄다./이서후 기자

끈질겼던 간부급 공무원들

그래서 성동구는 설득에 참여할 간부를 공모했다. 승진이나 인센티브가 있는 것도 아닌데, 48명이 지원했다. 6급 이상이면 지역에서 20년 이상 지낸 이들이다. 역시나 건물주들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알아서 잘하고 있다거나 사유재산을 구청에서 간섭하지 말라는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설득에 나선 공무원들은 끈질겼다.

"건물주 한 분을 만나려고 집에 찾아갔어요. 처음에는 문도 안 열어 주는 거예요. 두 번째는 과일 꾸러미를 들고 찾아갔어요. 결국, 만나 줬는데, 무척 완고하고 고집 센 인상이었어요. '구청에서 왜 괜한 짓을 해서 동네 시끄럽게 하느냐'며 화부터 내시더군요." (성동구 간부급 공무원, 2016)

이 간부 공무원은 이탈리아 피렌체가 산업과 문화로 역사와 전통을 만들어낸 것을 예로 들며 성동구도 이렇게 역사 문화가 있는 도시를 만들자고 호소했고, 결국 상생협약서에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다른 곳에 사는 건물주들까지 설득에 나섰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길은 한적한 주택가에 젊은이들이 모여들며 변화 가진행중이다. 이 과정에 부동산 가치 상승에 대한 욕망도 꿈틀댄다./이서후 기자

물론 이런 설득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할 것이다. 예컨대 서울숲길은 지금도 돈 있는 젊은이들이 꾸준히 집을 사서 이사를 오거나 새로 가게를 열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부동산 가치를 높이고 싶은 욕망도 여전히 꿈틀대고 있기 때문이다.

"분위기상 상생협약에 참여를 했지만, 아닌 사람 중에는 불만 있는 분들도 있죠. 자기 재산 자기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여기 건물주들 다들 연세가 높으세요. 여기서 30, 40년 사신 분들이고, 젠트리피케이션이니 그런 것도 잘 몰라요. 동네가 유명하거나 말거나 적당한 수준에서 임대료를 받아요. 그래도 동네가 뜨는 데 어느 정도 번화가를 만들어주고 나서 상생이니 하는 건데, 대기업 못 들어오게 하지, 프랜차이즈 못 들어오게 하지, 이렇게 되니 또 주인 처지에서는, 그럼 무슨 일을 해먹으라고 그러는 거냐 하는 아쉬운 소리가 나오는 거야." (성수동 서울숲길 건물주)

[참고 문헌]

정책 자료 <상생으로 가는 길>(성동구, 2017)

<젠트리피케이션>(김현아·서정렬, 커뮤니케이션북스, 2016)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신현준·김지윤 등, 푸른숲, 2016)

<도시의 역설, 젠트리피케이션>(정원오, 후마니타스, 2016)

※ 본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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