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9일 창녕서 열려…우포 알리며 예술로 표현
국내외 '현장미술가' 8명 "사람들 만나고 싶어" 한뜻
작가와 창녕주민 함께 작업, 투어·DIY 등 참여행사 풍성

창녕 우포는 있는 그대로 '작품'이다. 작은 바람에 흔들리는 늪의 물결과 윤슬, 가을을 발하는 나무까지 무한한 액자에 내걸려 있다. 이를 또 다른 작품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국내외 작가들이 우포에서 받은 영감을 온전히 담아내는 '2017 우포자연미술제, 자연 놀이터'가 오는 28·29일 창녕 우포늪생태체험장에서 펼쳐진다.

◇자연을 보는 또 다른 방법

"우포의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전시를 고민했습니다."

김미정 예술을담는협동조합 대표는 지난 2015년부터 우포늪과 연계한 예술 활동을 펼쳐오면서 줄곧 강조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자연 놀이터'라는 이름이 붙은 우포자연미술제는 예술을담는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사)창녕우포늪생태관광협회, (재)경남문화예술진흥원 등이 주관해 진행해오고 있다. 2015년 '우포 자연미술여행', 2016년 'in(인) 우포 人(인)'이라는 이름으로 문화예술로 자연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왔다.

김용민 작가가 만들고 있는 작품 모습. 설치되기 전이다.

황무현 우포자연미술제조직위원회 공동조직위원장은 "창녕우포늪생태관광협회는 아름다운 우포를 알리고 싶어했고, 예술을담는협동조합은 우포를 예술로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이런 바람이 맞물려 있다. 무엇보다 자연을 보는 중간매개를 고민했다. 자연을 즐기는 놀이터로 전시를 끌어들인 것이다. 작품이 주가 아니다. 자연을 만나는 시간이다"라고 설명했다.

자연미술은 자연물을 이용해 제작하고 자연 속에 설치하는 미술을 말하지만, 단순하게 정의를 내릴 수 없는 영역이다. 야외미술, 환경미술, 대지미술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며 작가와 전시 콘셉트에 따라 성격을 달리한다.

올해 전시감독을 맡은 박봉기 작가는 "자연미술제는 한정된 공간이 아니라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을 보는 전시다. 작품과 작품 주변을 동시에 접한다. 날씨와 시간, 계절별로 변하고, 작품 안에 들어가 만져보고, 작품이 시간이 흐르며 자신의 모습을 잃지만 이 또한 작품의 한 부분임을 말해주는 전시다. 그래서 이번에 참여한 작가들을 현장미술가로 부르고 싶다"고 했다.

◇"들어가고 만지고 앉아보세요"

지난 19일 '2017 우포자연미술제 작품 프레젠테이션'이 우포생태촌에서 열렸다.

문병탁, 이종균, 김용민, 김근재 등 국내 작가 4명과 리 쿼이치(타이완), 로저 리스햅 티본(필리핀), 롤랜드 크로스(프랑스), 시노하라 히로유키(일본) 등 국외 작가 4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지난 17일부터 우포에서 생활하며 고민한 작업의 방향과 계획을 하나씩 설명했다. 모든 작품은 우포에서 나고 자라 생을 다한 자연물 등으로 만든다.

타이완 리 쿼이치 작가가 작품을 만들고 있는 모습. /예술을담는협동조합

타이완 작가는 작품 설치 위치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큰 나무 사이로 나선형 설치물을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현장을 보니 큰 나무가 없었다. 부들군락지 속에 작품을 만들 것이다. 장소가 가장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찾는 장소여야 한다. 또 늪과 가까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삶이 생성되는 과정이 나선형이다. 우주를 표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필리핀 작가도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나선형 작품으로 자연의 위대함을 표현한다.

필리핀 작가 로저 리스햅 티본 작가의 작품 모습. 설치되기 전 모습이다.

일본 작가는 촘촘한 그물로 지금도 흘러가는 시간을 말한다.

프랑스 작가는 "우포에 작품 하나 추가하려고 온 것만은 아니다. 사람을 만나려는 목적이 크다"며 자연미술제가 작품만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이 함께 완성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창녕이 고향인 문병탁 작가는 이번 작업으로 잊고 있던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는 "자연과 단절될 때 힘들어하는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상단부가 동그랗게 깎여 있는 나무 의자를 만들어 자연의 포근함을 느끼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포자연미술제에 참여하는 일본 시노하라 히로유키 작가가 작품을 만들고 있다.

이종균 작가는 호수에서 부유하는 집을, 김용민 작가는 사람의 모습을, 김근재 작가는 자연석과 나무를 이용해 바람의 모습을 형상화할 계획이다.

이들은 창녕 주민들로 구성된 자원봉사단 '아트메이트'와 함께 작품을 완성한다.

박봉기 전시감독은 "작품들은 1년 이상 우포에 남아 자연의 일부가 될 것이다"고 했다.

김근재 작가가 작품을 만들고 있다.

◇여는 행사 오후 2시, 집짓기 경연대회도 열려

우포자연미술제 개막식은 28일 오후 2시에 열린다. 곧이어 작품 투어가 시작된다. 작가 의도와 작품세계를 자세히 알고 싶은 관람객은 이 시간을 활용하면 된다. 아니면 영상과 사진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음날까지 작품스케치와 작품사진, 제작 과정을 볼 수 있는 '우포를 닮은 예술가'전이 따로 마련된다.

자연미술제는 관람객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먼저 전시기간 자연 재료를 이용한 설치작품을 직접 만들어보는 현장미술가가 되어보자. 국내외 작가 8명의 작품과 더해져 우포자연미술제를 풍성하게 한다.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자연미술 DIY, 우리가족 집짓기 콘테스트, 자연미술제 남은 재료로 나눔 의자 만들기 등도 열린다.

프랑스 롤랜드 크로스 작가가 작품을 만들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참여프로그램도 있다.

허수아비에게 직접 만들고 꾸민 옷을 입혀주는 재미있는 허수아비 패션쇼가 진행되고 가족은 나의 그림자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아바타전이 열릴 예정이다.

자세한 일정과 내용은 우포자연미술제 사무국으로 문의하면 된다. 문의 055-532-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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