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하는 도시재생 가능한가] (1) 도시재생의 딜레마1
자생·공동체 회복 목표지만 현실은 머니게임으로
전락창원 창동예술촌 주변 상가 높은 임대료에 상인 부담 커 최근 건물주와 상생 협약
'아기자기'진주 가로수길 자본 유입으로 특색 사라져

요즘 전국적으로 도시재생 토론회가 활발하게 열리고 있다. 5년간 50조 원이나 투입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가 도시재생 사업에 투입한 예산은 매년 1500억 원. 문재인 정부의 뉴딜사업은 이보다 약 67배 많은 10조 원을 매년 쏟아 부을 계획이다. 막대한 예산이 걸린 만큼 자치단체는 물론 관련업계와 전문가 그룹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안 그래도 도시재생 사업은 최근 우리 사회 중요한 화두다. 철거와 대단위 아파트로 상징되는 재개발 시대가 서서히 종말을 고하면서 새로운 도시개발 방식으로 시작된 것이 도시재생이다. 지역 정체성을 지키는 자생과 공동체 회복이 목표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기존 개발 방식에서 제대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지휘하는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기존 도시재생 사업을 '머니게임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임대업은 어느 사업보다 수익성이 좋다. 이런 현실에서 도시재생 사업은 많은 이해관계가 얽힐 수밖에 없다. 사업 자체가 부동산 가치 변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이란 개념이 주목받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낙후됐던 구도심이 예술가들이 모여들거나 도시재생사업으로 번성하자 가난한 원주민과 영세상인이 몰려나고 예술가들이 떠나는 현상을 말한다.

도시재생을 다룬 이번 기획에서 젠트리피케이션 자체를 다루지는 않는다. 워낙 범위가 넓고 논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대신 임대료와 문화 백화현상(도시재생 지역의 몰개성화), 두 개념으로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는 도시재생 사업에서 꼭 만나게 되는 딜레마다. 현재까지도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만큼 어려운 숙제다. 하지만, 꼭 넘어야 할 산이다.

첫 회에서는 도내 사례로 창원 창동 거리와 진주 가로수길을 들여다보자. 창동은 경남을 대표하는 도새재생 사업지역이다. 반면에 진주 가로수길은 자생적으로 도시재생이 이뤄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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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창동예술촌 주변 거리는 높은 임대료 탓에 가게 주인이 자주 바뀌고, 진주 가로수길은 자본이 유입되면서 초창기 아기자기한 모습을 잃어간다.

첫 번째 딜레마 임대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자기한테 남는 게 없는데 계속 하고 싶겠어요?"

지난 5월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에서 만난 30대 자영업자 김 모 씨. 당시 그는 창동을 떠날지 고민 중이었다. 창동 거리 주변 창동예술촌은 자치단체들 사이에서 도시재생 성공 사례로 꼽히는 곳이다. 지난 2014년에는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선정됐다. 이후 국토교통부에서 나온 창동예술촌 관련 사업비는 모두 405억 원. 여기에 창원시가 창동·오동동 도시재생과 관련해 쓴 사업비가 78억 원 정도, 한국관광공사가 상상길 조성에 쓴 사업비가 21억 원으로, 이 정도만 해도 500억 원이 넘는다.

이런 방식으로 상권은 어느 정도 활성화되었지만, 김 씨가 막상 입점하고 보니 생각보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임대료 부담이 너무 컸다. 김 씨 점포는 6평으로 월 임대료는 160만 원이었다. 그나마 건물주와 담판으로 보증금을 깎았다.

"신축건물도 아니고 오래돼서 벌레도 나오고, 습도 조절도 안 되는 점포를 신축건물처럼 받으시냐고 싸웠다니까요. 그리고 월세가 압구정보다 비싼 게 말이 돼요?"

서울 압구정 역시 찾는 사람이 줄고 있지만, 임대료가 비싸 공실률이 높아지는 추세였다. 물론 김 씨 말대로 창동이 압구정보다 임대료가 월등히 높지는 않다. 그렇다고 낮은 수준도 아니다. 창동 중심 거리에 있는 점포는 월 임대료가 평균 150만 원 수준이나 200만 원에서 400만 원에 이르는 곳도 있다. 평당 50만 원 수준인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는 못 미치지만 20만 원 수준인 주변 상가와 비슷하다.

실제 김 씨를 만나던 5월만 해도 창동예술촌 주변 창동거리길과 상상길에는 임대 표시를 붙인 빈 가게들이 많았다. 김 씨 말고도 만난 몇몇 점포주들도 수익 대비 임대료 부담에 고민이 깊었다.

창원시와 창동·오동동건물주협의회, 창동·오동동상인회는 지난 8월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자며 '도시재생선도지역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상생협약'을 했다. 지난 9월 창동을 다시 찾았을 때 임대 표시된 상가는 제법 줄었다. 하지만, 김 씨는 이미 창동을 떠나고 없었다.

두 번째 딜레마 문화 백화현상

진주시 중안동 진주교육지원청 앞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있는 거리를 이르는 '진주 가로수길'은 최근 은근히 인지도를 높인 곳이다. 카페, 빈티지숍 등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많아 특히 젊은이들에게 인기다.

2010년 진주교육지원청이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이곳은 문방구나 세탁소 같은 상가가 몇 곳 있던 낡은 주택가였다. 진주 번화가인 중앙동에서 그리 멀지 않으면서도 한적하고 조용한 장소. 이곳을 눈여겨본 사람들이 있었다. 인테리어 사무실과 소품 판매점을 겸한 '더 샵(#)'과 아담한 크기의 '카페 숲', 빈티지숍 '헬로빈티지'와 '짬', 로스팅 카페 '목요일 오후 네시', 브런치 카페 '테이블 나인' 같은 개성 있는 곳이 차곡차곡 이곳에 자리 잡았다. 다들 '재밌겠다'는 게 이유였다.

지난 5월 진주 가로수길에서 만난 30대 자영업자 이 모 씨. 그는 뜻밖에 가게를 옮길 고민을 하고 있었다. 재미가 없어지고 있다는 게 이유다.

"처음에는 재밌는 걸 하는 언니들을 따라 들어왔어요. 낡은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도 좋았죠. 느낌 있잖아요. 가게 주인들도 색깔이 다양했고요. 그런데 이제는 가로수길에 죄다 카페예요. 매력이 없어졌어요."

이렇게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아이템이 있는 상권이나 골목이 인기를 끌자 자본이 유입되면서 특색이나 개성이 사라지는 것을 문화 백화현상이라고 한다. 진주 가로수길이 요즘 겪는 일이다.

하지만, 이 씨 같은 영세 상인이 다른 곳으로 떠나는 일도 쉽지 않다. 초창기보다 임대료가 오르긴 했지만, 아직은 그렇게 비싸지 않기 때문이다.

9월 다시 진주 가로수길을 찾았을 때는 근사하고 큰 카페가 새로 생겨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인테리어에도 요즘 유행하는 방식으로 제법 신경을 썼다. 따뜻한 조명의 실내는 손님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 씨는 결국 이곳을 떠났다.

[참고문헌]

<창원시 도시재생의 과거·현재·미래>(창원시 도시재생지원센터장 김영, 창원도시재생뉴딜포럼, 2017)

※ 본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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