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인간의 노동력을 기계가 대신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됐으며 혜성과 같이 등장한 알파고는 경기 상대를 울리기도 했다. 기계는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인간의 감성을 건드리는 음악을 작곡하기도 하고 재기 넘치는 광고를 만들기도 한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 우리는 사람답게 사는 법을 잊은 듯하다. 경제논리에 치우쳐 정작 '안전'이라는 단어에 소홀해진 듯하다.

PC방에서 판매하는 조리음식을 먹다 배탈과 탈수증세가 일어나 달콤한 추석 연휴를 날린 이는 "집 밖으로 나가면 안전한 곳이 없다"는 푸념을 하기도 했다. 그는 돈 때문에 식품 위생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사업장에 대한 원망도 컸지만 제도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두 손 놓고 있는 행정조직에 대해 더 화를 내기도 했다.

최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건설 재개를 권고하면서 결국 안전은 또 뒷전이 됐다. 보다 안전하게 사람답게 살아가고자 희망했던 사람들은 원전 건설 재개와 경제성에 또 한 번 고개를 숙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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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으로 부유한 삶을 영위하는 것과 안전은 다른 주제가 아니다. 경제와 안전 모두 결국 사람답게 살기 위한 부수적 목표일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늘 안전을 등한시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낯익지만 결코 가볍게 보아선 안 될 안전불감증 때문일 테다. 우리는 지금 당장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내 일이 아닌 양 치부한다. 늘 안전한 먹거리를 외치고, 안전한 도시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 상황에 '안전'은 너무 공허할 뿐이다. 나를 위해, 우리를 위해 안전에 대해 생각해보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강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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