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12) 에세이 '좋은 느낌에 집중하기'
연인과 사랑·햇살 아래 독서 등 온 감각을 '현재'에 집중하라 '색다른 차원'의 즐거움 줄 테니

일주일이나 휴가였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일을 했다. 햇살이 참 좋은 날들이었는데 말이다. 빨리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이 심했던 것 같다. 할 일이 많다는 무게감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친구들과 노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자연을 보고 산책을 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 탓이다. 안 되겠다 싶어 모든 것을 제쳐놓고 친구와 창원 용지호수를 걸었다.

초등학교 때 나는 열등한 아이였다. 그러다 중학교로 진학하고 첫 시험에서 우등상을 받았다. 새벽까지 공부를 했었다. 무슨 목표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새 학교, 새 학기, 새 친구의 산뜻한 기분과 설렘, 새 책의 냄새가 좋았다. 책장 넘기는 촉감이 좋았고, 연필의 사각사각 거리는 소리가 좋았다. 새로운 필기체를 발견했고, 글씨를 예쁘게 쓰려고 노력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새벽 2~3시까지 공부를 하게 된 적이 많았다.

이렇게 현재의 좋은 느낌에 집중하는 것에는 큰 힘이 있는 것 같다. 평소 우리는 자주 나쁜 느낌에 집중한다. 가능성도 희박한 나쁜 일(을 굳이 찾아가면서까지)에 매달리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말이다. 우리가 얼마나 안 좋은 생각에 집중하는지 알고나면 정말 놀라게 될 것이다.

중 3 마지막 체육시간에 선생님이 내게 한 말이 기억난다. "원식아, 이제 마지막이네." 이 말이 전부였다. 선생님은 평소 나와 친하지도 않았다. 그땐 '마지막'이 뭔지 잘 몰랐다. 이 순간이 지나면 영원히 못 본다는 것이 어떤 건지, 만약 그때 그 의미를 알았더라면, 선생님께 좀 더 다정하게 작별 인사를 건네지 않았을까? 마지막이 언제인 줄 안다면 우리는 현재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오늘 마주친 것 중에도 마지막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 있을 수도 있다.

비 오는 날의 향기, 밤의 가로등 거리, 시원한 바람. 이런 일상 속에도 말로 표현 못 할 좋은 느낌을 느낄 수 있다. 그 순간에만 집중한다면 말이다. 지난날 내가 공황장애를 앓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배경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현재를 더 느낄 수 있었다. 이 순간이 마지막, 혹은 전부라는 느낌. 사람들은 그 느낌을 모른다. 우리가 알던 즐거움과는 차원이 다르다. 시간이 느리게 가고 오감이 더 분명해지는 경험, 그것은 초감각이다.

우리는 왜 현재의 좋은 느낌에 집중하지 않는 것일까? 진화생물학에서 보자면 그 정도까지 몰입감은 우리가 강한 종족이 되는 데 필요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냥 맛있는 거 먹어 행복하고, 돈 많이 벌어 행복하면 됐지, 굳이 현재에 집중까지 해가면서 그런 초감각을 느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시간을 투자해가면서까지 현재에 집중하는 것, 그래서 감사일기를 쓰거나, 명상을 하는 등의 노력이 분명히 우리의 경쟁력과도 상관이 있다고 본다. 다만, 사람들이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만약 사람들이 그 연결고리를 이해한다면 자연스럽게 현재에 집중하는 데 시간을 쏟을 것이다. 결혼보다는 현재의 사랑이, 시험 1등보다는 노트에 예쁘게 필기하는 과정이, 성공보다는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우리는 미래를 걱정하고, 자신을 압박함으로써 모든 일을 통제하려고 한다. 그런 방식은 큰 힘이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좋은 느낌을 좋아하고 안 좋은 느낌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할 일을 강요하면 당장은 억지로 몸을 움직이지만 결국 수동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이건 엄청난 손해다.

/시민기자 황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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