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타계하셨지만 서울의 국립대학 총장을 지내신 유명한 원로학자께서 우리나라에는 많은 대학이 있지만 대학의 특성과 자격이 없는 대학은 존재의 가치가 없다고 했다. 대학의 학문적 권위는 그만큼 막중하고 존엄한 것이다. 석사나 박사 학위의 권위에도 같은 말이 해당한다. 즉 권위 있는 학위가 아니면 줄 필요도, 받을 필요도, 가지고 있을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교육부장관이 인정하는 대학교의 대학원에서 정원 내 학생으로 학칙에 따라 박사 학위 과정을 이수하고, 일정한 시험에 합격한 자에 대해서는 박사 학위를 수여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문제는 일정한 시험인 논문의 표절이 우리 사회에 문제가 되어 왔고, 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큰 이슈가 되어 시빗거리가 되고 있다. 만약 석사 학위 논문까지 박사 학위 논문처럼 현미경같이 표절의 진위를 따진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상상하기 어려운 지경이 될 것 같다.

청문회에서는 거의 박사 학위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를 따지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청문회를 보고 아무리 박사학위가 좋지만 또는 A자리가 좋아도 '학문을 가지고 양심을 속이다니…'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잘은 모르지만 현재의 법으로는 표절 시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앞으로도 시빗거리일 것 같다. 정권이 바뀌거나 대상자가 바뀌게 되면 청문회의 논문 표절 시비는 간단하게 진위를 가려내는 방법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즉 논문의 차트별 규정을 엄격하게 법제화시켜 놓으면 대상자는 자기 논문에 대한 자기 평가를 하여 표절의 진위나 당락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논문은 남의 논문을 인용 안 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밝혀진 이론이나 선행연구를 근거로 자기의 주장을 펼치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한 문제는 박사학위가 있어야만 CEO가 되고 지도층의 인물이 되는 사회의 관습이나 풍조부터 개선해야 한다.

박사 학위는 우리 사회의 최고의 학위이지만 요즘은 학위의 종류나 내용도 부지기수다. 학위를 주는 대학도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대학도 많다. 필자가 30대일 때에는 가짜 박사도 많았고 엉터리 박사도 많았다. 돈으로 남에게 청부를 하여 학위를 받는 청부 박사도 많았다. 그보다 더한 것은 외국에 있지도 않은 유령대학 박사나, 정원이나 시험은커녕 수강도 하지 않고 돈만 주면 학위를 주는 대학도 있었다. 특히 박사 학위는 갖출 것을 갖추지 못한 학위는 결국 엉터리 박사일 수밖에 없다. 학위를 가진 당사자에게는 명예보다는 오욕이 될 것이고, 학위를 대접해야 할 기관이나 직위에서는 전 구성원의 수치가 되고 배신행위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위 높은 CEO들은 꼭 박사 학위를 가져야 남들이 우러러 받들고 존경의 대상이 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요즘 흔히 있는 난센스지만 시내 중심가를 거닐다가 'K사장', 'A박사' 하고 불러보면 뒤돌아보는 사람이 너무 많아 사장과 박사의 전성시대라고 비꼬는 사람도 있다. 우리 주위나 외국에는 박사 학위가 없어도 사회 지도층의 명망이 높은 사람은 많다. 요즘 입사 시험도 실력 있고 진취성 있는 사람을 선발하기 위하여 학력, 경력을 그렇게 중요시 안 하는 '블라인드 채용, 노스펙 오디션'이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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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박사 학위가 좋다지만 양심을 속이고 가짜 학위로 높은 벼슬을 한들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되돌아온다는 것은 사필귀정이다. 선진 밝은 사회를 앞당기려면 학벌이나 학위 위주보다 성실하고 실력 있는 사람이 인정받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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