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 맞은 공공예술프로젝트 작품 80여 점 선물로 남겨
접근성·활용안 숱한 고민 예술공원·도슨트로 재탄생
관광 상품 결합한 '공간' '주거 도시' 인식 변화 등 도심 곳곳 새바람 일으켜

창원시와 경기도 안양시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축제를 열고 도시 곳곳에 조각품을 남겼다는 것. 화려했던 축제가 막을 내리면 지자체는 그 결과물을 시민에게 돌려주었다.

창원시는 2012년부터 격년제로 '창원조각비엔날레'를 열며 조각 작품 40여 점을 돝섬해상유원지와 마산항부두, 용지호수공원에 설치했다.

안양시는 2005년 시작한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Anyang Public Art Project)'를 3년마다 개최하며 조각 작품 80여 점을 안양예술공원과 평촌지역 일대 공원에 두었다.

하지만 두 도시가 이를 바라보는 인식과 방향은 차이가 있다.

◇안양예술공원에서 APAP를 만나다

지난달 28일 오전 11시, 경기도 안양시 안양파빌리온에 들어섰다. 안양예술공원 입구에 있는 전시관이자 'APAP 작품 투어' 출발지다.

"예술공원으로 가기 전, 이 건물부터 둘러보겠습니다.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루 시자 비에이라가 만든 건축물이에요. '알바로시자홀'로 부르다가 지금은 '안양파빌리온'으로 부릅니다. 이 책장 보이시죠? 이것도 작품이에요. 최정화 작가의 '무문관'인데 시민이 기증한 가구와 길에서 주운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아까 앉아있던 의자도 작품인데 모르셨죠? 자, 이제 나가볼까요?"

안양예술공원에 영구 설치된 작품. 고승욱 작 '각목분수'.

60대 중반 도슨트(안내인)가 카랑하게 말했다. 작품 투어지를 들고 따라나섰다.

APAP 작품 투어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작품을 안내하는 공공예술 전문 도슨트 프로그램이다. 안양시는 작품을 경험하는 핵심적 관문이 도슨트라고 판단했다. 2013년 작품 해설 내용을 보강하고 운영방식을 바꿨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도슨트가 산 입구에서 왼쪽으로 돌며 말했다. 안양예술공원은 안양유원지의 새 이름이다. 관악산을 오를 수 있는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어 많은 등산객이 찾는다.

"각목이 분수처럼 뿜어져 있는 것 같죠? 고승욱 작가의 '각목분수'라는 작품으로 작가가 이곳에 꼭 설치하고 싶어했습니다. 개발제한구역이라는 표지판이 보이는 곳에 두었죠. 하지만 수많은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요. 작품 맨 위를 보세요. 한 소녀가 양팔을 벌리고 서 있죠. 개발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가를 보여줘요."

안양예술공원에 있는 허만 마이어 노이슈타트 작 '리블버'.

도슨트는 가파른 산길을 오르며 작품 하나하나를 짧지만 깊이 있게 설명했다. 별도로 준비한 파일을 펼치며 작가 얼굴과 다른 작품을 보여줬다.

"길이 험해도 가볼래요? 중요한 작품이 있습니다."

도슨트는 '안양예술공원 무장애나눔길 조성공사' 현수막 옆을 걸으며 지난해 설치된 마이클 주 작가의 '중간자(안양)'로 안내했다.

"스웨덴에도 이 작품이 있답니다. 신기하게도 그 작품의 안테나가 동쪽, 즉 안양을 가리킨대요. 참 재밌죠. 작가가 사찰 유적지 사이에 작품을 세운 이유는 안양의 역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불교에서 안양은 이상향과 같은 곳을 말하거든요. 이 작품은 언젠가 살아있는 유적이 될 겁니다."

도슨트는 안양의 지형뿐만 아니라 역사, 지역성을 아울러 설명했다.

"제 이름요? 작품만 기억해주세요. 저는 한 달에 8번 정도 해요. 도슨트 12명이 돌아가면서 하지요. 관람객에 따라 작품 수와 코스를 조정해요. 오늘은 관심이 많은 관람객이라 작품 수를 늘려 빠르게 진행했습니다."

도슨트는 공중전화로 만든 작품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를 끝으로 안내를 마쳤다. 이날 1시간여 동안 작품 20여 점을 감상했다. APAP 작품 투어는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 하루 2회, 주말 하루 3회 진행된다. '건축 탐구생활', '영어해설 투어', '나이트 투어'도 마련되어 있다.

안양예술공원에 설치된 예페 하인 작 '거울미로'.

◇"APAP 콘텐츠 활용이 답"

안양시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APAP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왜 매회 30억 원을 들여 공공예술을 도시에 축적할까? 안양시는 90년대 후반부터 베드타운, 서울의 위성도시라는 한계를 벗어나려고 도시의 정체성을 고민했다. '주거도시 안양'에서 '예술도시 안양'을 선택했다.

권종철 안양문화예술재단 담당자는 "2003년 APAP가 시작됐고 12년간 시민들에게 작품 120점을 선보였다. 조형품뿐만 아니라 시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 등 다양했다. 이 중 조각품 85점이 남았고 예술공원에 50점이 있다. 투어 기능은 지난 4회 때부터 강화했다. 공공예술 작품 사후관리와 관객 접근성을 고민한 시기였다"고 설명했다.

안양 평촌중앙공원에 있는 글로리아 프리드만 작 '시간의 파수꾼'.

안양파빌리온은 아카이브 그 자체다.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여러 자료가 보관되어 있다. 공공예술과 관련된 도서가 수백 권에 이른다. 작품을 그저 설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다른 작품과 연결하는 다리로 활용하고 있다.

권 씨는 "시민들이 매일 일상에서 APAP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도슨트 프로그램이 첫걸음이라고 생각했다. 내년부터 스포츠 투어처럼 재미난 프로젝트를 많이 할 예정이다. 다음 달부터는 명상투어를 새롭게 시작한다. 평촌지역도 투어버스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어려운 점이 많지만 추진하고 싶다"고 했다.

안양파빌리온 내부 모습. 모든 게 작품으로 이뤄졌다. 크리스티나 김이 시민과 만든 돌베개, 최정화 작가가 시민에게 기증받은 가구로 만든 '무문관'이 있다.

또 안양시 복지문화국 문화관광과는 '안양예술공원스탬프투어'를 진행한다. 역사문화코스와 현대예술 코스로 나뉘어 지도를 보고 작품을 감상한 후 도장을 찍으면 예술공원 상가번영회가 운영하는 음식점, 카페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안양문화예술재단은 2019년 'APAP 6'을 준비한다. 그리고 오늘을 누릴 것도 잊지 않는다. 권 씨는 안양의 공공예술을 고민하는 여러 문화인을 대표해 말했다.

"기본 콘텐츠가 있으니 이를 많이 활용하려고 합니다. APAP가 파생되어 도시의 모습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APAP 작품 투어 모습. /안양문화재단

※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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