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카드 결정전·준PO
상승세 탄 SK·롯데 꺾어
나성범 등 타격감 빛나
막판 마운드 붕괴 '아쉬움'

길었던 가을야구에 마침표를 찍었다. NC다이노스는 지난 21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 두산베어스에 5-14로 대패했다. 객관적인 열세가 분명했던 1차전에서 13-5 대승을 거두며 기대감을 높였던 NC는 2차전에서 불펜진이 붕괴되며 7-17로 역전패한 뒤 3차전과 4차전마저 대량 실점하며 1승 뒤 3연패로 아쉽게 한국시리즈(KS) 무대를 밟는 데 실패했다. 공룡군단의 올 시즌은 이로써 막을 내렸다. NC의 4번째 포스트시즌을 되돌아본다.

◇10경기…가장 길었던 가을야구 = 지난 3일 정규시즌 최종전에서야 가을야구 대진이 결정됐다. 준플레이오프(준PO) 직행을 두고 롯데와 치열하게 경쟁했던 NC는 한화와 최종전에서 8-8 무승부를 기록해 이날 LG전 승리를 거둔 롯데(80승 2무 62패)에 0.5경기 뒤진 4위(79승 3무 62패)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초대됐지만 정규시즌 5위와 와일드카드 결정전(WC)부터 치러야 하는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 일찌감치 5위를 확정한 SK가 2→3→4위로 추락한 NC를 위협할 거라는 일각의 시각이 있었으나 NC는 1차전에서 타선의 파괴력을 앞세워 10-5 단판으로 끝내고 준PO에 올랐다. 준PO에서는 후반기 상승세를 탄 롯데가 NC를 제압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NC는 5차전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3승 2패를 거두고 이 같은 전망을 뒤집었다. 3년 연속 PO 진출이라는 성과는 덤이었다.

NC다이노스가 지난 21일 오후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두산베어스에 5-14로 패해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이날 경기를 마친 NC 선수들이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한국시리즈를 향한 마지막 관문에 들어선 NC는 지난해 KS에서 4전 전패 치욕을 안겼던 두산을 상대로 분전했지만, WC-준PO-PO를 치르는 동안 누적된 피로와 불펜진의 구위 저하로 두산의 불방망이를 막아내지 못하고 1승 3패로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지난 3년간의 가을야구 경험은 NC를 저력있는 팀으로 성장시켰다. 첫 포스트시즌 경험이었던 2014년 준PO 4경기, 2015년 PO 5경기, 지난해 PO와 KS 8경기를 넘어 10경기로 가장 긴 가을야구를 보냈다.

◇4번째 가을 경험 살아난 타선 =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타자들은 제몫을 해줬다. 지난해 KS 4경기에서 2득점으로 침묵했던 타선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맹타를 휘둘렀다. WC 1차전에서 홈런 2개를 포함해 13안타 10득점으로 SK 마운드를 무너뜨린 NC는 롯데와 준PO 5경기에서 51안타(6홈런)를 쏟아부으며 32점을 쓸어담았다. 경기당 10개 이상 안타를 기록하며 6점 이상 뽑은 셈이다. PO에서도 4경기 동안 안타 49개(6홈런)를 몰아치며 28득점으로 제 몫을 해줬다.

지난 20일 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로 등판한 에릭 해커(오른쪽에서 둘째)가 코칭 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구연 기자

특히,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부진했던 나성범이 전 경기에 출장해 타율 0.400(45타수 18안타) 4홈런 11타점으로 공격의 선봉에 섰다. 모창민(타율 0.300 2홈런 8타점)과 권희동(타율 0.382 6타점)으로 뒤를 든든히 받쳤다. 4번 타자 스크럭스는 타율은 0.256으로 높지 않았으나 홈런 3개를 쏘아 올리며 12타점을 책임졌다. 베테랑 유격수 손시헌도 10경기에 모두 출장해 타율 0.394 5타점으로 하위타선에서 상대 마운드를 괴롭혔다.

◇고군분투한 마운드 체력 방전 =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에이스 해커의 역투가 빛났다. 해커는 준PO 1, 5차전과 PO 3차전 3경기에 등판했다. 준PO에서는 완벽했다. 해커는 1차전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공 104개를 던져 8피안타 2볼넷 1실점(1자책)으로 시리즈 기선을 제압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2승 2패로 맞선 5차전에서도 6⅓이닝 4피안타 2볼넷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이며 팀을 PO로 이끌었다. 2경기 평균자책점 0.68 짠물 피칭으로 시리즈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반드시 승리해야 했던 PO 3차전에서는 제구 난조를 보이며 두산 타선에 공략당했다. 그는 3⅔이닝 5피안타(2홈런) 7사사구 7실점(6자책)으로 무너지며 분위기를 두산에 넘겨줬다. 비록 PO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해커가 없었더라면 NC는 PO행도 장담할 수 없었다.

해커 외에 장현식도 준PO 3차전에서 7이닝 3피안타 5볼넷 1실점(비자책)으로 눈부시게 호투했다. 그는 PO에서는 선발과 구원으로 한 차례씩 등판해 평균자책점 10.38로 부진했지만 내년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21일 경기가 끝난 후 김경문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NC로서는 맨쉽의 부진이 가장 아쉽다. WC 1차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3실점한 그는 준PO에서는 4이닝 2실점(비자책) 성적을 찍었다. 긴 이닝을 책임져주지 못해 불펜 부담을 가중시켰다. 결국 김경문 감독은 맨쉽을 PO에서는 불펜으로 돌렸다. 그러나 맨쉽은 불펜에서도 2경기 평균자책점 21.60으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한편, 정규시즌 막판 체력 저하에 허덕이며 불안함을 보였던 NC 불펜진은 준PO에서는 철벽 계투진의 명성을 되찾은 듯했다. 하지만 경기가 계속될수록 체력 저하가 눈에 띄게 뚜렷했다. 결국 두산 타자들의 뜨거운 타격감을 견디지 못하고 허물어지며 아쉬움을 남겼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