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센난 지역 석면 피해자들 국가배상 소송 과정을 10년간 카메라에 담은 하라 가즈오 감독. <센난 석면 피해 배상소송> 작품을 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그가 말했다.

"인간의 슬픔과 아픔, 고통은 나쁜 정치로 인한 경우가 많다."

지난 12일 개막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세계 영화인들 축제가 맞나 싶을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극장이 분산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영화의 전당을 비롯해 영화제 주무대인 해운대 일대는 시종 차분한 분위기였다. 한눈에 봐도 위축된 상태였고 과거 위상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른바 '나쁜' 정치 탓이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이빙벨> 상영을 둘러싼 갈등으로 부산국제영화제는 '좌파 영화제'로 낙인찍혔다. 영화제 자체가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예산은 삭감되고,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사퇴를 종용 당하는 등 고초를 겪었다. 정치적 외압으로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훼손됐다.

올해 22회째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 3년이 흘렀지만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영화제 파행을 일으킨 장본인 서병수 부산시장은 사과는커녕 레드카펫을 버젓이 밟았다. 일부 영화인들 불참도 이어지고 있다. 보다 못한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문 대통령은 위기에 빠진 영화제를 살리기 위해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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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영화제는 폐막했다. 아시아를 대표하던 부산국제영화제. 한 번 금 간 명성은 회복이 쉽지 않다. 그렇다 할지라도 '영화의 바다'는 다시 펼쳐져야 한다.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인과 관객이 존재하는 한 그 누구도 항해를 막을 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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