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발연 원장 유성옥 씨 '정치공작 개입'혐의 구속
도청 안팎서 '홍 임명'인적 적폐 청산 목소리 커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친박근혜' 인적 청산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경남 지역에서는 '친홍준표' 인적 청산 목소리가 높다. 홍 대표가 경남지사 시절 임명한 공직자들이 잇따라 구속되면서 이러한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라는 표현을 또다시 썼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에 대한 탈당 권유 등 인적 청산 의지를 드러내면서다.

이 표현은 홍 대표가 경남지사 시절에도 자주 인용했다. 2013년 진주의료원 폐쇄로 지역민 반발이 거셀 때, 2016년 지사직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던 여영국(정의당) 도의원에게도 같은 표현을 썼다. 홍 대표는 이날 "이제 우리는 박근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도 했다.

이러한 홍 대표의 발언을 지역상황에 빗대 "이제 경남도가 홍준표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대표가 지난 4월 대통령에 출마하려고 지사 중도사퇴 이후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지사 시절 임명한 출자·출연기관장을 겨냥해 사퇴 압박 목소리가 거셌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국내 '정치공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유성옥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이 20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21일 경남발전연구원장을 지낸 유성옥 씨가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개입' 혐의로 구속됐다. 유 씨를 포함해 지금까지 홍 대표 측근 인사로 분류돼 구속된 기관장과 공무원은 모두 5명이다.

유 씨는 지난해 8월 임명 당시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을 일으켰다. 국정원 출신인 유 씨가 지역 공공정책연구기관인 경발연 업무 전문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유 씨는 지난 19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경남도에 사직서를 냈다. 이에 임면권자인 도지사(권한대행)가 당일 사직서를 수리했다.

같은 날,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로 나선 홍 대표 지원 유세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경남도청 전 여성정책관 ㄱ(57) 씨가 구속됐다. ㄱ 씨는 지난 4월 말 홍 후보의 양산 유세에 보육단체 회장을 통해 회원들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나 경남도선관위로부터 고발됐다.

앞서 지난해에는 '교육감 주민소환 청구 허위 서명'에 연루된 측근 인사들이 잇따라 구속됐다. 경남도 출자출연기관인 경남개발공사 사장을 지낸 박재기(58) 씨, 출자·출연기관은 아니지만 도지사가 구단주로 도청 산하기관 격인 경남FC 대표이사를 지낸 박치근(58) 씨가 사문서 위조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고, 최근 만기 출소했다. 도청 복지보건 국장이었던 박권범(59) 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홍 대표 대학 후배로 2013년 1월부터 경남FC 대표를 맡은 안종복 씨는 구단 자금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2014년 12월 물러났고, 올해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들 외에도 홍 대표가 임명한 다른 출자·출연기관장들이 여전히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를 강행한 홍 대표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김지수 도의원은 최근 도의회 임시회에서 "지금의 혼란을 초래한 홍 대표가 지사 시절 임명한 정무직 공무원들이 용퇴할 때라는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의당 경남도당은 "전문성 없는 범죄혐의자를 경남도 싱크탱크 수장으로 앉힌 홍 대표는 도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도당은 "이미 홍 대표가 지사 시절 임명한 기관장 중 두 명이 불법 비리 혐의로 구속됐고 이들 모두 최측근이었다"면서 "이 상황에 유 원장 구속은 경발연 위상을 추락시키고 도정을 농락한 또 하나의 대표적인 사건으로 홍 대표는 도민에게 직접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도청 안팎에서는 출자·출연기관의 근본적인 인적 쇄신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출자·출연기관 관계자는 "도지사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출자출연기관의 고유 업무와 전문성이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도지사에게 임면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관마다 독립적인 위상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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