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언 지음
어원·유래·관찰 내용까지 기록
선호 패션·음악·책·식당 '뚜렷'
'타인 흉내-새로움' 평가 엇갈려

'오렌지족'을 아시는지. 1990년대 X 세대의 첨병이었던 문화 집단을 부르던 이름이다. 소비문화에서 자아를 찾았던 이들은 기존 세대에게는 충격이었다.

미디어는 이들을 '사회악'으로 그렸다. 경제 호황기에 편승한 탈선의 상징으로, 일부의 말썽을 X 세대 전반의 문제처럼 호도했다.

이들 소비 성향은 2017년 현재 대중화했다. 비로소 객관적 판단이 가능해졌다.

오렌지족이 1990년대 한국 부차적 문화 집단을 구성했다면, 현재를 대표하는 집단에는 '힙스터'가 있겠다.

힙스터는 1940년대 미국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다. 대중의 유행 흐름을 따르지 않는 이들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패션과 음악 문화를 좇는다.

앞뒤 구분이 없는 책 <후 이즈 힙스터?+힙스터 핸드북>은 힙스터의 어원과 유래, 현재 시점의 한국 힙스터를 기록한다.

다른 한쪽은 서울 홍대 일대를 중심으로 한국 힙스터를 관찰한 내용을 핸드북 형식으로 정리했다.

힙스터 실체는 다소 모호하다. 실존하지만,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구별을 짓는 하나의 방법은 힙스터의 패션과 그들이 좋아하는 영화·음악·소설·식당 등이다.

"명품보다는 싸지만, 대량 생산된 상품보다는 비싼 그들이 생각하기에 적절한 가격의 물건을 소비한다. 자신에게 친숙한 브랜드 물건을 주로 선택하며, 결국 친숙하다는 것은 일상에서 많이 접한 것으로 주변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이기도 하다."(22쪽)

힙스터는 자신과 타인이 다르다는 점을 표현하고자 '유형의 재화'와 '무형의 문화'를 소비한다.

타인에게 힙스터의 소비 성향은 한 집단의 획일적 소비로 보이기도 한다.

더불어 힙스터의 패션은 새롭지 않으며, 부모 세대의 향수를 좇는 데 불과하다는 주장도 등장한다.

한국의 힙스터에겐 오히려 과한 비난이 쏟아진다.

"'홍대와 이태원의 땅값을 올리는 주범', '뉴요커의 겉모습을 흉내 내는 겉멋 든 젊은이',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사람', '읽지 않으면서 서점에서 책 사진을 찍는 사람', '모두 똑같은 옷차림을 하고 셀피(selfie, 셀프 카메라)를 찍어 SNS에 올리는 사람', '외국 음악이나 홍대 인디밴드 음악 듣는 사람', '독립영화만 보는 사람', '빈티지 옷만 입는 사람'. 소위 '홍대 예술 병에 걸린 사람들'이라고 불리던 젊은이들을 지칭할 수 있는 단어로 힙스터는 안성맞춤이었다."(31쪽)

힙스터를 잘 알지 못하던 이들에게 이들 집단은 젠트리피케이션(낙후한 옛 도심이 번성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 피의자로 쉽게 지칭됐다.

타인의 취향을 훔치는 '취향도둑', 타인의 취향을 비웃는 '취향나치'라는 색안경도 있다. 힙스터와 관련한 모든 논의는 이들의 소비에 쏠렸다.

저자 문희언은 인식의 발전을 주문한다. 힙스터는 소비만 하는 집단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우리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고, 새로운 것을 제안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생각해봐야 한다.(중략)…그런데 쉽게 얻을 수 없고 아직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중에도 분명 좋은 것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좋은 것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힙스터라고 생각한다."(106쪽)

힙스터가 생산해내는 새로운 것, 비주류의 주류화가 결국 모두의 생활을 풍부하게 살찌운다는 설명.

어쩌면 대중은 힙스터라는 젊은 집단이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사회 틀 안에서 '대안'을 고민한다는, 긍정적 측면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을까.

물론 힙스터를 판단하는 몫은 독자에게 있다. 저자는 2017년 한국의 힙스터를 성실하게 기록했을 뿐이니까.

힙스터가 누구인지 궁금하다면, 힙스터를 이해하고 싶다면 읽어볼 만한 책.

184쪽, 여름의 숲, 1만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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