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피해자 투쟁 기록한 일본 다큐멘터리 거장
부산국제영화제 찾은 하라 가즈오 감독 인터뷰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침묵의 살인자'로도 불리는 석면은 건설현장뿐 아니라 학교 등 일상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하지만 개선 대책과 안전 관리는 여전히 부실하다.

한국 석면 고통의 근원은 일본 오사카 센난 지역에서 찾을 수 있다. 센난은 석면 방직공장 밀집지였다. 부산, 경남 등지에 뿌리 내린 석면 방직공장 다수는 일본에서 건너왔다. 센난 석면 방직공장에서 일하던 주민들은 폐암 등 각종 건강피해로 고통을 받았다.

일본 산업화로 희생된 석면 피해자들 이야기를 카메라로 담은 이가 있다. 일본 다큐멘터리의 거장이기도 한 하라 가즈오 감독은 2006년 일본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피해 주민들의 투쟁과 삶을 8년간 기록했다. 영화 제목은 <센난 석면 피해 배상소송>. 러닝 타임만 215분이다.

지난 17일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하라 가즈오 감독을 만나 영화 제작 과정과 숨겨진 뒷이야기 등을 들어봤다.

하라 가즈오 감독. /한국언론진흥재단 부산지사

-영화를 만든 계기는.

"일본 TV 프로듀서가 센난 석면 피해자 재판을 촬영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재판 과정을 좇고 투쟁을 담는 데 8년 걸렸다. 편집기간 2년을 마치고 10년 만에 영화를 완성시켰다. 지금 영상을 방영해주겠다는 방송국이 전혀 없다. 영화는 내년 봄 극장 개봉을 계획하고 있다. 센난 석면 관련 촬영을 하기 전 일본의 대표적 '공해병' 미나마타병을 취재하고 있었다. 아직 영화는 미완성 상태다."

-20대부터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원동력과 철학은?

"1945년 6월에 태어날 당시 미군 B-29 폭격기가 융단폭격을 가했다. 그때 나는 방공호에서 태어났다. 일본의 민주주의는 전쟁이 끝난 후 뿌리 내리기 시작했다. 그 기간 내 안의 민주주의도 함께 성장했다. 민주주의는 개인의 강한 의지 하나 하나가 모임으로써 이룰 수 있다. 나는 사실 겁쟁이고 콤플렉스가 굉장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향했다. 그들을 찍음으로써 여러 문제점을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노력해왔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키우기 위해 나도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부에 맞선 피해자들 투쟁과 삶을 카메라에 담았다. 한국이었다면 블랙리스트에 올랐을 수도 있는데.

"강해지려고 노력하고 실제 과격해졌다고 하지만 사실 나는 학생운동도 해본 적 없다. 영화라는 것은 인간의 기쁨, 고통, 아픔, 슬픔 등 마음과 감정을 그리는 작업이다. 슬픔과 고통의 감정은 정치가 나빠서 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의 감정을 담는 게 영화의 역할이다. 좋지 않은 정치로 인간이 고통스러워하는 경우를 카메라로 담고 싶었다. 만약 내게 탄압이 이뤄져 체포되어도 괜찮다. 일흔 두 살, 살만큼 살았다(웃음)."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